매일신문

[기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재난 대비

2016년 11월 30일 서문시장 4지구 대화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게 흘렀다. 그날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나는 겨울이기도 하다. 서문시장 화재는 피해 상인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겼다. 또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북부지역에는 지진이 발생, 수많은 이재민이 집을 버리고 떠나 대피소에서 기약 없는 난민생활을 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제천 '노블휘트니스 앤 스파' 건물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상 에너지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재난이 발생해 왔다. 예방은 늘 완벽하지 못한 채 한계를 보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화재는 물론, 경주와 포항지진에서 보았듯 우리나라는 지진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미리 재난에 대한 지식과 유사시 대응매뉴얼을 익혀놓는 등 위기에 대처하는 꼼꼼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시민은 자율적인 대비태세를 갖추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숙달하여 자율적 대처능력을 길러야 한다. 각 직장은 재난사고 발생에 대비한 숙련된 자체소방대 역할이 중요한 만큼 스스로 훈련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전통시장과 같이 화재에 취약한 장소에서는 '내 시장은 내가 지킨다'는 각오로 '자율소방대'를 조직하여 활동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점검과 교육 및 훈련 등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각 지역 의용소방대의 역할도 필요하다. 관(官)에서는 시민의 자율 대처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가정이나 직장 자체안전관리 상태 및 재난 대처방안 계도와 지원을 주축으로 하는 선진국형 재난대비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빈발하는 재난에 대비하는 재난관리 기관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 재난현장에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지난 재난에 대한 사례를 교훈 삼아 반성함과 동시에 대비태세를 촘촘하게 정비하여 각본 없는 실질적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시민이 자율적 대처능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의 충실한 지원과 평가 그리고 피드백도 이뤄져야 한다.

현장대응의 컨트롤 타워로서 긴급구조통제단을 운영하는 소방기관을 비롯한 긴급구조책임기관 및 지원기관은 유사시 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에 대한 기본매뉴얼과 재난의 종류 및 대상별 실행매뉴얼을 다시 한 번 살펴 재정비해야 할 때다.

재난현장에서는 많은 기관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통제하고 있는 긴급구조통제단장의 역량도 향상되어야 한다. 현장 대응력은 잘 짜인 매뉴얼과 임무 숙지, 그리고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숙달 훈련이 핵심이다. 이러한 대응력에 소방기관을 중심으로 한 각 기관들의 신속하고도 긴밀한 협조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유기적 합동훈련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이제 더 이상의 대형화재가 발생치 않도록 세밀히 살피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하여 우리는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바로 우리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재난을 되돌아보며 우리 모두가 유비무환의 자세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여 안전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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