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재관(48)은 참치집(지노참치)을 운영하며 노래하는 사람이다. 노래만 부르고 싶었지만, 노래는 호구책(糊口策)이 되지 못했고, 그는 처자식의 끼니를 외면할 만큼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변두리를 돌며 애면글면 25년을 애썼지만, 대중은 무명가수를 기억해주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 가수 25년, 결혼 12년 만에 낸 그의 1집 앨범 '오직 한 사람'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중이 아니라, 평생 자신의 지음(知音)이자 유일한 팬이며, 가정의 동반자로 만 가지 수고와 고통을 함께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였다.
최재관은 단 한 사람의 팬(아내) 앞에서 첫 앨범을 노래했고, 단 한 사람의 팬은 눈물을 흘렸다. 무명을 숙명처럼 여겼던 가수 최재관은 아내의 눈물을 '동지의 눈물'인 줄로만 알았다. 노래 자체의 감동이 아니라 오랜 세월 참담한 고통과 설움을 함께 감당해온 '동지의 눈물'로 여겼던 것이다.
아니었다. 최재관의 '오직 한 사람'은 세상의 수많은 '오직 한 사람'을 눈물 흘리게 했다. 지노참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간 '오직 한 사람'은 청중의 귀와 입을 타고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발 없는 노래는 높고 낮은 담을 넘고, 넓고 좁은 길을 건너 불켜진 라이브 카페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어느 날 신문과 방송을 만났다.
지난해 본지에 '25년 만에 첫 음반' 기사(2017년 9월 27일 자)가 나간 뒤 청중의 호응은 예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TV 방송국에서 출연요청까지 왔다. KBS '노래가 좋다' 프로에 출연 섭외를 해온 것이다. 최 씨의 오랜 언더가수 생활, 힘들었던 첫 음반 발매 과정, 여기에 '횟집 라이브 가수'라는 콘셉트가 프로그램 취지와 맞았던 것이다.
음반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솔깃했지만 1등 하면 해외여행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 더욱 솔깃했다. 신혼여행은 국내였고, 횟집을 운영하느라 지금껏 제대로 된 가족여행을 떠날 형편이 아니었다.
별 소득도 없는 공연을 다니느라 가게를 비울 때면 아내는 밤이 늦도록 가게를 지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수, 돈을 벌지도 못하는 가수, 그럼에도 노래와 이별할 수 없는 남편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최재관 씨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방송에 출연해 1등을 하고, 해외여행권을 따내고 싶었다.
1승, 2승, 3승, 그리고 결승까지 그는 내달렸다.
사회자가 "영광의 대상은 횟집 라이브 가수"라고 발표했을 때, 그는 아내와 아들, 쌍둥이 딸을 얼싸안고 환호했다. 웃고 싶었는데, 눈물이 났다.
"시청자들에게 내 노래와 얼굴을 알린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내에게 첫 해외여행을 선물하게 돼 행복합니다. 고생만 한 아내에게 '전국구 가수' 명예도 선물하고 해외여행도 선물하게 됐습니다. 다음 달쯤 우리 가족은 하와이 해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오직 한 사람'이 알려지면서 결혼식 축가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오랜 세월 고생한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든 노래가, 신혼부부들의 '축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니 고맙고 신기할 뿐이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