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용 빙하기…'장기 백수' 14만7천명 역대 최대

작년 통계 외환위기 때 능가, 전년보다 1만4천여명 늘어…청년 실업률도 9.9% 최고치

지난해 3월 대구의 한 제조업체를 그만둔 정모(41) 씨는 1년 가깝게 실직 상태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를 봐서라도 새 직장을 찾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씨는 "고용정보센터 등을 찾아다녀 봐도 나이나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탓에 기존 인력도 줄인다는 요즘 상황에서 구직은 더욱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고용 한파가 길어지면서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소위 '장기 백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14만7천 명으로 전년(13만3천 명)보다 1만4천 명(10.5%)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8만 명)나 외환위기(2000년'13만8천 명) 때보다도 많은 것이다.

전체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도 14.3%를 기록, 2000년(14.1%)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을 17년 만에 다시 썼다.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은 최근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표)

장기 백수 비중은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0년대 초반 두 자릿수까지 오른 뒤 2010년 7.0%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장기 백수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진행 중인 고용 한파가 수년간 잦아질 기미 없이 계속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2014년 9.0%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9.9%까지 상승하면서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장기 백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를 웃도는 것도 고용 한파가 길어지면서 실업자가 누적된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장기 백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대기업 일자리가 줄면서 장기 실업자 중 상당수가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장기 실업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졸업'채용 시즌으로 청년 고용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 일자리사업 조기 집행,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고용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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