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임스 하웰스라는 영국인이 컴퓨터에 음료수를 쏟았다. 그는 고장난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빼내 서랍에 넣어뒀다가 3년 뒤 버렸다. 그런데 그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그 안에 7천500 비트코인이 저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비트코인은 하웰이 2009년 재미삼아 컴퓨터를 이용해 채굴해놓은 것이었다.
하드디스크를 버린 지 몇 달 지난 어느 날 그는 비트코인을 떠올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기 시작해 7천500개 가격이 450만파운드(70억원)나 되던 시점이었다. 뒤늦게 쓰레기매립장으로 달려갔지만 하드디스크를 찾을 길은 없었다.
만일 그가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갖고 있었다면 지난해 말 기준 6천800만파운드(1천억여원)의 자산가가 됐을 것이다. 통탄할 그의 실수는 2015년 영국 온라인 화제성 뉴스사이트인 'i100'에 의해 '사상 최악의 실수 10선'으로 꼽히기도 했다.
가상화폐의 폭등을 예견한 이는 거의 없다. 2009년 1월 처음 탄생한 이후 1년 7개월 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은 0이었으니 하웰이 태무심하게 지낼 법도 했다. 2010년 8월 20일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개당 0.06달러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비트코인 포럼의 한 이용자는 피자 두 판을 자신에게 보내주면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거래도 성사됐다. 국내에서도 당시에 비트코인은 개당 10원에 거래됐다. 이때쯤 비트코인 1만원어치를 사서 묵혀뒀다면 시쳇말로 팔자를 고칠 수도 있었으리라.
국내에서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2천만원대까지 치솟았다. 7년 만에 200만 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역사상 단기간에 이처럼 많이 폭등한 자산은 없다. 1999년 국내 코스닥시장에서 광풍을 불렀던 새롬기술데이터도 입성 후 1년간 130배 올랐을 뿐이다.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거품 투기로 꼽히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가격 폭등도 비트코인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가상화폐가 일으키고 있는 여러 현상들은 인류가 미처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이다. 가상화폐는 피해자를 양산시키는 위험천만한 투기 수단일 수도 있고, 인류의 미래를 통째로 바꿀 신기술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가상화폐의 가치를 보장해주는 권위 있는 주체는 없다는 것이다. 뉴욕시가 가상화폐 관련 조례를 만들면서 '화폐'나 '통화'라는 말을 쓰지 않고 '가치를 옮기는 전자적 코드'라는 용어로 규정한 것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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