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저임금 위반 잡느라 사회 혼란 키우는 일은 없어야

앞으로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 명단이 공개되고 금융대출도 제한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15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 공개와 함께 신용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는 3년간 명단이 공개되고, 7년간 대출 제한 등 신용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당장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 조항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명단을 공개해 이중으로 제재하겠다는 것은 "능력이 안 되면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이다. 최저임금이 가계소득 증대와 소비 증진 등 성장 촉진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위반 사업장을 아예 폐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전체 근로자의 23.6%인 462만 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 넷 중 하나꼴이다. 임시'일용근로자 343만 명의 절반가량이 시간당 7천530원을 받지 못한다는 통계다.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안 주는지, 줄 형편이 안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 노동자가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경영 형편이 충분히 되는데도 고의적으로 최저임금 지급을 무시하는 사업주도 분명 있다. 그동안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일부 기업의 '열정 페이' 논란이 그런 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위반해 유죄가 확정된 사업주에 대해 강하게 제재하는 등 최저임금 제도 정착을 위해 채찍을 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여건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까지 인정사정 보지 않고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자칫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다. 여당은 지난해 11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고, 최저임금 안착을 위해 최근 대국민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않거나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다 부작용과 혼란만 양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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