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만남은 인연, 관계는 노력

나에겐 나이 차이가 30살 정도 되는 특별한 친구가 있다. 강원도에서 목회를 하시다가 지금은 은퇴하시고 해외에 선교사로 나가 계시는 목사님이다. 이분과의 첫 만남은 18년 전 목사님이 담임하시던 교회에 공연을 가서였다. 원래 공연을 가면 공연 전이나 공연 후에 담임목사실에 앉아서 간단한 다과를 하면서 짧은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그날은 목사님과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공연 후 뒤풀이 식사를 하면서도 끝날 줄 모르다가 멤버들의 재촉으로 가까스로 말을 맺고 새벽녘에 대구로 돌아왔다.

그렇게 좋은 추억으로만 남을 것 같았는데, 몇 달 후 추석 즈음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너무도 친근한 문자 내용에 '누구시냐'고 문자를 보냈다. 바로 답신이 왔는데, 그제야 그 목사님인 줄 알았다. 너무 놀라서 '먼저 문자 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답을 했다. 그 이후에도 목사님은 특별한 날이면 먼저 문자를 주셨다. 심지어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번번이 먼저 받기만 한 것이 죄송해서, 다음엔 먼저 연락드려야지 마음먹었지만 잘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목사님이 대구에 오실 일이 있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대접을 잘해서 마음의 빚을 덜어야지 생각했다. 며칠 후 들안길에 있는 횟집에서 목사님 부부와 식사를 하면서 '어린 나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시느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다.

목사님이 웃으시면서 말씀을 풀어놨다. "30대 초반부터 서울에서 강원도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개척교회를 시작해 지금은 500명 이상 교인이 출석하는 제법 큰 교회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5년 전쯤 교회에서 상으로 1년의 안식년을 주어 20년 만에 처음 '쉼'을 가지는데, 그때만큼 힘들고 불안한 마음이 든 적이 없었습니다."

사모님과 다툼이 몇 번 없었는데 안식년을 하면서 '3개월 만에 평생 살면서 싸운 것보다 더 자주 싸웠다'고도 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알고 지내는 목사와 상담을 했더니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친구를 만나라'는 조언을 얻었다. 그런데 목사님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날 친구가 없는 것이었다.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친구를 만들기 위해 먼저 노력하신다고 했다. 그 노력하는 대상 중 한 명이 '나'였던 거다.

내가 현재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중에 친구가 되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우정에 대한 격언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다. '친구가 좋아하는 10가지의 일을 하기보단 친구가 싫어하는 한 가지의 일을 하지 말라.' 나의 친구 만드는 첫 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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