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 야단치는 제 어미를 말리는 척, 올케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것 같은데, 그 '깐족임'에 울화통이 더 터진다는 거다. 요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꼭 그 같다는 생각이 든다.
툭하면 태평양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쏘아대고 땅 밑에서 핵실험을 해대는 북한이 고울 수 없다. 좀 가만히 있으면 대화도 하고 교류도 넓히며 화해 무드를 만들어 보겠건만, 한 핏줄이라지만 남보다 못하달 정도로 밉다. 그럴 때마다 미국이 엄포도 놓고 으름장도 놓는데, 옆에서 맞장구치며 역성을 드는 게 일본의 아베 총리이다. 요즘은 미국보다 더 목청이 커진 것 같다. '나쁜 북한'을 외치며 더 압박을 가해 핵 도발, 미사일 도발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옳은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고 자신의 검은 뱃속만 더 보이는 것 같아 미운 시누이 같다는 거다.
그 시누이가 요즘 또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미운 짓을 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유럽 6개국 순방에 나서더니, 거기까지 가서도 "북한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되풀이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하필 지금인가. 남북한이 모처럼 얼굴을 맞대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시점이 아닌가. 막말 잘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간의 대화 무드에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지 않은가. 한미연합훈련도 올림픽 기간 동안 중지하기로 한 터다. 모두가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딛고 있는 판국인데, 아베 총리는 그 살얼음판 위에서 발을 쾅쾅 구르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아베 총리의 이런 말은 기실 '다테마에'(建前)일 뿐이다. 일본인들의 속성을 이르는 말 중에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이 다테마에이다. 이 다테마에 뒤에 숨겨진 혼네(本音'진짜 속마음)는 따로 있다. 그의 혼네는 바로 "나는 군국주의의 관 뚜껑을 다시 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이라는 야심을 이루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한반도의 위기를 부각하려 노력한다. 일본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여, 군비 확장에 '딴소리'를 못하도록 입을 막아버린다. 남북한의 대화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한반도의 유사시 한국 거주 일본인들을 쓰시마로 대피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 등 불안감 증폭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잊을 만하면 각종 도발을 계속해주는 북한이 아베는 고마울 것이다. 국민들의 불안지수가 높아질수록,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개헌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한 발 쏠 때마다 일본은 요격 미사일 등 군비 강화 대책들을 쏟아낸다. 이런 두 나라의 관계를 '적대적 동반자'라 하던가.
북한의 도발을 지렛대 삼아 아베는 '군국주의 일본'을 향해 가는 개헌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그는 이미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재무장을 위한 개헌 의지를 재천명했다. "올해야말로 헌법이 존재해야 할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히 제시,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한층 심화하는 1년으로 하고 싶다."
다음 날 열린 집권 자민당의 신년 모임에서도 그는 "현재의 평화헌법은 '점령시대에 만들어진 헌법'"이라며 "시대에 걸맞은 국가의 모습, 이상적인 형태를 확실히 생각하고 의논해 가는 것이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밝혔다. 자위대를 헌법 9조에 명시해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 대다수는 아베의 이런 개헌 행보에 반대 입장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올해 개헌을 밀어붙일 태세이다. 지난해 총선 승리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개헌 드라이브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문제로도 골치를 앓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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