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누구나 순발력이 떨어진다.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개를 피할 요량으로 차를 멈춰 세우는 일이 종종 있다. 나이가 든 개일 경우 차가 다시 움직이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강아지처럼 날뛸 몸이 아니고 급할 것도 없으니 상황 종료 때까지 사람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동물과 달리 사람의 경우 나이가 들면 '언어 순발력'도 크게 떨어진다. 단지 가는 귀가 먹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듯 말도 빠르게 변하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40줄에 들어서면 10대는 말할 것도 없고, 20'30대 젊은 층의 언어 현실에 적응하기가 매우 벅차다. 일단 언어 환경부터 다르니 '급식체'와 '급여체'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요즘 인터넷이나 신문방송에 흔히 등장하는 신조어나 줄임말도 이를 실감케 한다. 직업상 웬만큼 흐름에 맞추려 노력하는데도 현실은 영 딴판이다. 무슨 말인지 몰라 매번 '검색의 힘'을 빌려야 하는 처지가 당황스럽다. 눈으로 이해하는 언어와 귀'입으로 소통하는 언어의 간극이 매우 큰 것도 마음에 걸린다.
요즘 각종 매체에 자주 오르내리는 '가즈아' '리또속' '존버' '영끌' '문꿀오소리'와 같은 말들이 좋은 예다. 이런 낯선 용어가 신문에 나올 정도라면 인터넷 등 온라인이 활동 무대인 젊은 층에는 이미 일상용어라는 소리다. 활자 신문에서는 이 은어들을 좀체 접할 일이 없으니 50'60대는 사실상 꿀 먹은 벙어리다. 'ㅆㅅㅌㅊ'처럼 초성체 문자가 등장할 경우 난독증은 더욱 심해진다. '씹상타취'(엄청나다는 뜻)의 초성체라는데 말 그대로 '몹쓸신잡'이다.
최근 비트코인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널리 알려진 '가즈아'는 "가자~"를 길게 늘인 발음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오르기를 바라며 젊은 투자자들이 외치는 소리란다. '존버'는 끝까지 버틴다, '리또속'은 리플에 또 속았다는 뜻이다. 문꿀오소리(문재인+벌꿀오소리)는 '문빠' '문슬람'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지면 언어도 빠르게 변하고 진화한다. 고령화사회가 코앞인 상황에서 신체 순발력은 떨어져도 언어 순발력만큼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노력한 만큼이다. 이래저래 노인도 '아이데이션'(구글링이나 네이버에 묻기)으로 바빠지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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