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정이 밥 먹여준다] (2) 극단 안동

체력이 곧 정년! 즐겁게 무대 오르죠

극단 안동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극단 안동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필근이 온다'를 연습하는 모습.
'김점례 할매의 이름찾기 운동' 공연 직후 극단 안동 단원들의 기념 촬영.

2017년 3월 첫 무대에 선보였던 공연은 우수공연으로 선정됐다. 그해 11월 다시 관객과 만났다. '김점례 할매의 이름찾기 운동'. 기획부터 극본, 연출 모두 연극의 변방이라 폄하되던 안동에서 완성됐다. 2010년 뮤지컬 '왕의 나라', 2013년 뮤지컬 '원이엄마'를 만든 안동지역 공연 역량이 독립해 나온, '극단 안동'의 작품이다.

안동대 음악학과 졸업생 3명이 주축이 돼 시작된 극단의 홀로서기가 감격스럽게 다가올 즈음 이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었다. 이들이 이런 무대를 만들 거라는 낌새는 몇 년 전 이미 보였다. 극단 안동의 전신인 '문화동인 ART人 예술단' 시절이다. 2015년 라이브 밴드 공연이 들어간 음악극 '필근이 온다'를 무대에 올렸을 때였다.

#1 김신근 대표

김신근: (추억에 잠기듯) '필근이 온다'는 2015년에 3회, 2016년에 4회 공연했어요. 라이브 무대가 들어가 있어요. (미간을 찌푸리며) 치매에 걸린 필근이의 추억을 소환해주는 매개가 밴드인데요. 밴드 연주와 노래를 라이브로 한 거예요.

기자: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죠?

김신근: 레게, 펑크, 발라드 다 섞여 있어요. 6곡이 들어가요. '필근이 온다' 자체가 음악극이죠. 미니앨범도 있어요.

기자: (미심쩍다는 눈빛으로) 6곡인데…앨범은 어디서 내준 거죠?

김신근: (자신감에 차 어깨를 펴며) 우리 극단은 녹음실도 갖추고 있어요. 소극장 형태의 연습실도 갖고 있죠.

기자: (놀란 듯) 극본을 극단 안동에서 직접 썼나요?

김신근: 이선희 작가가 썼어요. 배우로도 활동하고 계시죠. 영화 '곡성' '변호인'에서 신스틸러로 나온 분이기도 해요. '곡성'에서 그…푸줏간 아줌마….

기자: 극단 안동의 킬러 콘텐츠네요. 언제쯤 볼 수 있나요?

김신근: 11월쯤 다시 공연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눈을 크게 뜨며) 다시 공연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무슨 뜻이죠? 공연 금지라도 됐었나요?

김신근: 아, 밴드 중에 기타 담당이 군대에 가는 바람에 2017년에는 공연을 못 했죠. 제대가 9월이에요. 배우 역할을 하면서 악기를 다루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거든요.

#2 '필근이 온다'의 주연, 서동석 배우

기자: (조심스럽게) 안동에서 현역으로 뛰는 사람 중에는 고령층에 속한다고 들었습니다. 88학번이시라고. 생업이 따로 있으세요?

서동석: (당연하다는 듯) 전업배웁니다. 다른 일을 하면 원하는 만큼 집중이 안 돼요.

기자: 큰 무대로 갈 생각은 안 하셨나요? 연기를 오래 하셨는데.

서동석: 큰 무대로 가려면 오디션을 봐야 해요. 오디션형 배우가 있고 무대형 배우가 있어요. 저는 오디션과는 거리가 멀죠.

기자: 안분지족처럼 보이네요.

서동석: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다. 이 길 말고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나이제한도 없고…. 오로지 체력이 정년이잖아요. 내가 어디에 가서 주연을 하겠어요. 여기는 인원이 적으니 무대에 오를 기회도 많죠.

기자: 지난해 몇 편 정도 하셨나요?

서동석: 보통 1년에 4편 하면 딱 맞아요. 3개월에 하나 한다고 보면 되죠. 지난해에는 10편을 했어요. 여기는 신흥시장이에요. 서울에 100명의 배우가 있다면 여기는 1명이 있는 구조거든요. 블루오션이죠. 관객 수요도 충분하고요.

#3 '김점례 할매의 이름찾기 운동'의 주연, 박채윤 배우

기자: 언제부터 무대에 올랐나요?

박채윤: 17세에 시작했어요. 청소하면서 잡일하고…. (딴청을 피우며) 그때랑 지금은 다르니까 얘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어요.

기자: '김점례 할매의 이름찾기 운동'에서는 할머니 김점례 역할을 맡았네요. (놀리는 투로) 영주시가 야심 차게 밀고 있는 마당놀이극 '덴동어미'의 주연, 할머니 역할도 2년째 맡고 있으니 할머니 전문배우인가요?

박채윤: (주먹을 불끈 쥐며) 그럴 거 같나요?

기자: (몸을 피하며) 굵직한 역할을 많이 하시네요. 부산에서 활동하다 오셨다고 들었는데?

박채윤: (연습실 무대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무대는 어디든 똑같아요. 배우도 같죠. 부산이나 대전이나 서울이나…. 다만 그들이 보는 시선의 차이죠. 지역 배우들도 서울에서 어떤 배우가 왔다고 괴리감을 느끼면 곤란해요. 서울에서 온 걸 대단한 것처럼 봐선 안 된다는 거죠. 작품을 대하는 배우의 태도가 무대의 질을 결정하는 가늠자거든요. 관객의 시선이 좋은 연극인지 판단하는 기준이듯이.

기자: (열심히 받아적다가) 방금 멘트는 미리 준비해오신 건가요?

박채윤: (호탕하게 웃은 뒤 눈을 흘기며) 치열함의 차이죠. 서울은 기회가 적고 지역은 기회가 많아요. 그러나 이제, 오디션의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해요. 지역에서 시작해도 어디든지 가서 연기할 수 있는 시대인 거죠.

기자: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지역 극단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박채윤: (캔맥주를 들이켜며) 그러니까 우리 극단들도 배우 수업도 하고, 공부해야 해요.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 하니까. 공부하자 이겁니다. 특히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은 콘텐츠가 많은 곳이거든요.

#4 연극 무대에 서보고 싶은 이들

극단 안동 054)857-7896. 010-2677-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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