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③세토나이카이 해상국립공원 -세토우치 국제사이클링대회

6개 섬 넘나드는 60∼140km 코스, 7개국 8천여명 라이딩

해 질 녘 바라본 세토우치에 접해 있는 잔잔한 섬들.
해 질 녘 바라본 세토우치에 접해 있는 잔잔한 섬들.
도비시마 라이딩 중 만나는 조선통신사의 흔적들.
도비시마 라이딩 중 만나는 조선통신사의 흔적들.
다타라공원 행운의 종, 누구나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다타라공원 행운의 종, 누구나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일본 어디서나 자전거, 보행자도로 등 선명한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일본 어디서나 자전거, 보행자도로 등 선명한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세토우치 시마나미 카이도(瀨戶內しまなみ海道)-오노미치에서 이마바리

자전거 도로의 백미다.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에서 시작하여 시코쿠 에히메현 이마바리에 이르는 75㎞ 바닷길이다. 6개의 섬을 따라 조성된 6개의 대교를 넘는다. 최장 4천105m에 이르는 다리를 넘나들며 바다 위를 달리는 쾌감은 비교할 데가 없다. 다리 위를 오르내리는 코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지이고 바다를 끼고 돌기 때문에 중급자 정도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카이도이다. 현지에서 임대도 가능하다. 오노미치역 인근과 이마바리 선라이즈 공원에서 하루 1천엔이면 된다. 단, 빌린 곳으로 반납하지 못할 경우 회송비 1천엔을 더 내야 한다. 우리처럼 MTB나 로드사이클은 찾아보기 어렵고 일본의 대중적인 크로스 바이크가 대부분이다. 중간 중간에 각종 편의 시설들도 잘 되어 있다. 봄, 가을이 되면 절정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특히 귤이 유명하여 곳곳에 무인 귤 판매소도 만날 수 있다.

마침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신문사 주관의 사이클 대회가 개최되었다. 3천여 명의 일본인들과 어울려 달리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특히 자원봉사하는 동네 주민들의 헌신적인 눈빛들이 인상적이었다.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에서는 격년제로 매년 10월 대규모 국제사이클링대회를 개최한다.(표 참조)

고속도로를 통제하고 약 8천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최단 60㎞, 최장 140㎞를 달린다. 세계 7개 나라에서 참가한다고 한국도 꼭 참가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도비시마(飛島), 가키시마(かきしま)

시마나미 카이도와는 또 다른 섬들을 달려보기로 한다. 도비시마 카이도는 거리는 짧으나 경관이 빼어나다. 쿠레시에서 시작해 약 46㎞ 정도 라이딩하면 오미시마의 섬 끝으로 연결된다. 갔던 길을 되돌아 약 90㎞를 탈 수도 있고 배를 타고 인근 섬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다만 배가 하루에 네 번 운항하니 시간을 못 맞추면 낭패다. 낮 12시 30분 배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도 생략하고 출발하였다. 비가 흩날리는 날씨임에도 토비시마 카이도는 아기자기했다.

작은 섬을 다섯 개 넘는다.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코스의 업다운도 적절하다. 가는 도중 일본 시골의 전형적인 마을도 만난다. 우리 농촌도 그러하지만 일본도 젊은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작년 조선통신사 방문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부산서 시작한 조선통신사 사절단은 항구가 있는 도시마다 인연을 남겨놓았다. 이곳 도비시마에 맞닿은 사찰에도 기록물의 일부를 보관하고 있어 경축 플래카드를 크게 매달았다. 시간을 맞추고자 서두른 덕택에 당초보다 30분 일찍 선착장인 오카무라항(岡村港)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페리로 20분 이동 후 사이클링의 성지인 다타라대교(多々羅大橋)로 간다. 약 20㎞ 정도이다.

이곳 다타라대교에서 오노미치까지는 약 42㎞이다. 이미 오전에 50여㎞를 탔고 페리도 타고 하여 몸은 지쳐 있지만 오노미치까지 달리기로 한다. 겨울이라 일찍 해가 지니 늦어도 5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하기에 마음이 바쁘다. 이미 시계는 3시를 지났다. 중간에 쉬는 것도 생략하고 달린다. 도중에 다리가 굳어져 인근 커피숍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들이마시다시피 하고 얼마나 달렸을까 뒤에서 웬 차가 신호를 준다. 옆에 스르륵 멈추어서 보니 커피숍 여직원이다. 웃으면서 내 휴대폰을 흔들어 보인다. 아뿔싸! 급한 마음에 휴대폰을 내팽개치고 달려온 것이다. 얼마나 고맙던지! 만약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면 지금껏 저장해둔 모든 기록물은 물론이고 당장 오늘 밤 잠잘 곳도 모른 채 헤맬 뻔하였다.

또 하루가 밝았다. 오늘은 가키시마(かきしま) 74㎞이다. '가키'라는 말은 지역의 특산물인 굴을 칭하는 말이다. 온통 굴을 특화하여 채집하는 탓에 섬들의 이름도 '가키시마 카이도(かきしま海道)'이다.

가키시마 카이도는 쿠레역에서 기리쿠시까지 4개의 섬을 연이어서 달린다. 출발점인 쿠레역 앞 도로 위 표지판이 선명하여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적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이 복잡하고 시간이 꽤 걸린다. 보통 15~18㎞는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달리는데 시가지의 교통 사정에 따라 초과될 때가 많다. 대교로 진입하여 달리는 내내 굴 양식장이 줄을 잇는다. 마치 우리나라 남쪽 바다와 닮았다. 정작 한 시간을 달려도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 흔한 콘비니(세븐11, 로손 등 편의점)도 드물다. 외딴 지역이라 그런지 일본자위대 해상훈련장도 보인다. 간혹 식당에서는 '자위대정식'이라고 소위 군대식 식판에 밥을 주는 특이식도 있다.

◆시마나미 카이도(しまなみ海道)-마쓰야마(松山)에서 이마바리(今治)로

시코쿠 에히메현청(愛媛縣廳)이 위치한 마쓰야마는 정감이 가득 담긴 도시이다. 마쓰야마에서 유명한 곳은 네 군데이다. 3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고온천, 도시 맨 꼭대기에 위치하여 조망이 최고인 마쓰야마성, 1888년에 시작하여 지금도 운행 중인 증기 열차인 봇짱열차를 비롯한 도심 트램, 매번 축제로 가득 찬 도심 오도리 상가, 아사히 맥주공장 등.

온천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지만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고온천에 대한 흠모는 대단하다. 도고온천은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온천 앞에 조성된 아기자기한 상가들, 전통 료칸, 매시간마다 펼쳐지는 인형극, 족욕체험 등 잔재미가 쏠쏠하다.

일본의 많은 성들을 다녀봤지만(일본 3대성: 오사카성, 구마모토성, 나고야성) 개인적으로는 마쓰야마성이 최고다. 1627년에 건립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역사적인 유래와는 무관하게 정감이 가는 성이다. 자전거는 못 올라가니 인근에 세워두고 간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걸어서 온다. 천수각에서는 마쓰야마 시가지가 한눈에 탁 들어온다. 4월 벚꽃이 만개할 때면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경치를 뽐낸다. 나무로 지어진 여러 갈래 통로들이 운치를 더한다.

마쓰야마는 축제의 도시다. 도심지 오도리 상가의 긴 행렬은 주말이면 각종 마쓰리(일본 전통 제사 의식)로 열기가 뜨거워진다. 마침 상가번영회에서 축제 겸 홍보 행사가 한창이었다. 어린이에게는 과자를 무제한 던져주는 행사도 하였는데 그 틈새로 몇 가지 혜택을 누렸다. 마쓰야마 시가지는 일일 500엔 트램 이용권 한 장이면 어디나 쉽사리 접근이 가능하다. 자전거로 슬슬 다녀도 몇 시간이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쓰야마는 몇 번이나 가도 새로움이 샘솟는 도시다.

마쓰야마 이마바리에 이르는 해변자전거길 43㎞ 즉 카이도는 다녀본 바닷가길 중 최고였다.

달리는 내내 이국적인 풍광이 마치 지중해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였다. 중간 중간에 라이더들을 위하여 간단한 정비도구 등을 마련해둔 식당들도 자주 눈에 띈다. 여행의 반은 날씨다. 바람도 적고 좋은 햇살과 경치는 느긋한 라이딩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마쓰야마의 좋은 추억을 더욱 진하게 해준다.

◆또 다른 추억 후쿠야마(福山)-도모노우라 조선통신사

오노미치에서 28㎞ 떨어진 후쿠야마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 포항시와 자매도시다. 5월 장미가 만개할쯤이면 장미축제로도 이름이 높다. 후쿠야마는 예전 조선통신사들이 넘나들었던 항구도시로 우리와 인연이 깊다.

오노미치에서 JR로 30분여 달려 후쿠야마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무리한 탓에 오늘은 쉬엄 쉬엄가기로 한다. 후쿠야마 역 바로 뒤에 위치한 후쿠야마성을 후딱 보고 항구도시 '도모노우라'로 향한다. 신선도 취한다는 경치의 '센스이지마'(仙酔島), 조선통신사의 유적이 남아 있는 '타이초로'(對潮樓) 그리고 수제 아이스크림도 먹기로 한다. 또한 에도 600년 막부시대에 저항하여 근대 메이지유신의 단초를 이끌었던 젊은 혁명가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흔적도 보기로 한다. 후쿠야마역에서 15㎞, 약 1시간여 달려 드디어 '도모노우라'에 도착하였다.

에도시대의 옛 정취가 남아 있는 향수 어린 자그마한 항구도시이다. 별다른 목적 없이 어슬렁대며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곳이다.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된다. 신선이 취한다는 경치를 지닌 '센스이지마'로 간다. 배를 타면 10분 거리다.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대는 30분이면 족하다.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자욱한 '다이초로'를 찾는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조선통신사의 우두머리로 온 이방언이 일본 제일의 경관이라고 극찬한 곳이다. 다이초로에서 바라보는 센스이지마는 과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본의 전통주로 이름 높은 '보명주'의 본가도 여기에 있다. 보명주는 단맛이 강하여 약술 같은 느낌이다.

33세에 요절한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인들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라 한다. 예전에 유명 전기 작가 '시바 료타로'가 쓴 10권 '료마가 간다'라는 전집을 읽은 적이 있다. 젊은 혁명가의 삶을 흠모하였는데 여기서 만난 료마는 또 새로웠다. 그의 흔적이 담긴 박물관도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의 배경으로도 이름 높다.

후쿠야마 도모노우라를 자전거로 느릿하게 도는 것이 꽤나 낭만적이다. 옛 정취와 오래된 뒷골목을 깊숙이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오노미치(尾道)로 향한다. 날짜로 약 12일 동안 '세토나이카이'에 인접한 도시들과 섬과 다리를 부단히 넘었다. 히로시마 사이클 담당자도 오히려 일본인 자전거 전문가보다 김상이 한 수 위라고 엄지를 치켜든다. 무턱대고 도전한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여행'의 서곡이 이렇게 마쳐간다.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시모노세키로 부지런히 가야 한다.

다음 행선지는 외딴섬 '오키나와'(沖繩)다. 매년 1월이 되면 센추리-런( Century Run)이라는 160㎞를 달리는 대회가 열린다. 낙오하지 않고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2018년 세토우치 시마나미 카이도 국제사이클링 대회 (サイクリングしまなみ2018)

- 주관: 히로시마현, 에히메현

- 인원: 8,000명

- 코스: 60~140㎞

- 일시: 2018.10.27(일)

- 세계 사이클링 서클 및 공동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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