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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낙점' 홍준표 셈법은? '대구 북을 입성' 다양한 분석

ⓘ'지선 필승' 전략적 선택 ②정치생활 대구서 마무리 ③당 장악력 유지하려 보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최고위원이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대구시 북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당 대표가 위원을 임명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서 심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셀프 낙점이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대표라는 사람이 총선 출마도 안 할 거라면서 뭣 하러 험지도 아니고 텃밭 지역구를 꿰차고 앉아 있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등의 갖은 비아냥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구행을 고집한 이유를 두고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홍 대표를 대구에 배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용구 조강특위 위원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심층면접 결과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 지방선거를 이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고 홍 대표가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홍 대표는 최근 대구경북 시도당 신년교례회에서 "대구경북에서 보수 재건의 바람을 만들고 그 동남풍으로 지방선거에서 필승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다분히 홍 대표 개인의 성취욕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중진의원으로 성장한 후 '보수당' 대표를 거쳐 본인이 태어난 경남에서 도백까지 지냈으니 이제 남은 곳은 학창 시절을 보낸 대구경북뿐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는 공사석에서 '남은 정치 생활은 대구경북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중을 자주 밝혔고 공공연히 '대구는 내 고향'이라는 발언도 자주 했었다"며 "잔수를 쓰기보다 선이 굵은 정치를 해 온 홍 대표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홍 대표의 개인적 바람이 정치적 진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홍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당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을 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홍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정도의 성적을 거둔다면 이는 한국당이 대구경북지역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의미가 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당이 '대구경북판 자민련'의 길을 가더라도 홍 대표는 지역에 자리를 잡고 맹주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가 사임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의 성적을 거두면 홍 대표는 대구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역량 있는 후배'(자기 사람)에게 물려주고 중앙당에서 대선 재수에 집중할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 정도의 이력이면 정치 9단에 육박하는 수를 놓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본인의 TK 연착륙이 마무리되면 최후의 보루인 대구경북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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