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시민 먹는 물 불안, 언제 벗어나나

대구시민들의 염원인 취수원 이전이 답보상태에 있는 이런 와중에 구미국가산업단지 5단지의 입주 업종을 당초 7개 업종에서 16개 업종으로 완화했다.

먹는 물의 67% 이상을 낙동강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 대구시민들은 지난날 생각하기도 싫은 수질사고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낙동강 계통 대구상수도가 처음 가동된 1969년만 하더라도 낙동강은 1급 청정수였으나 1973년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부터 수질오염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끔찍한 수질사고를 겪어오고 있어 대구의 물 문제는 구미국가산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단지 입주 업종을 완화했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대규모 산단 하류에 취수원이 있는 대구시민들의 먹는 물과 연계해 이 문제를 추진했어야 했다. 산단 입주 업종을 완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오염 유발업체가 입주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구미 5국가산단의 입주 업종 확대 결정은 취수원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구시민의 보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구미 4개 산단에서는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지만 수질사고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이 중 하나이고, 앞으로 산업이 고도화하면 할수록 새로운 오염물질이 발생하여 인체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기에 더 무섭고 불안한 것이다.

지난날 대구시는 취수원 이전을 추진할 충분한 명분과 기회가 많았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5년 구성된 민관협의회에서 지역 간 상생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였지만, 취수원 이전 문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실망감을 금할 길 없다.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물을 먹기 위해서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더 나아가 우리 후세대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최선의 길이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먹는 물로 인해 더 이상 불안감에 떨고 싶지 않고, 우리 후세에 이런 고통을 물려주어서도 안 된다. 지금도 지역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서로 갈등하여 대화의 통로를 단절한 극단적인 감정대립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엉켜진 실타래가 더 엉키기 전에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게 됨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 지역은 서로의 가족, 친구들이 살고 있는 이웃이기에 취수원 이전이 단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북대구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한 광역상수도 사업으로 봐야 한다.

서로 입장을 바꿔 허심탄회하게 지속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면 대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대구시도 지난 수십 년을 가슴 졸이면서 안전한 물을 갈망해 온 시민들의 피 끓는 울분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시민의 권리에 대해 얼마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서든 물을 음용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고품격의 같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으므로, 취수원 이전 사업은 국가가 나서서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미 5산단의 입주가 완료되기 전에 취수원 이전 문제가 성공적으로 결정되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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