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린 시민들…대중교통 승객 큰 폭 줄어, 범안로 앞산터널 통행량도 ↓
영하 10℃를 밑도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겨울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도심 번화가는 활기를 잃었고, 대중교통 이용객도 줄었다. 대신 지하상가는 반짝 특수를 누렸다.
아침 최저기온이 -12도를 기록한 25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는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화장품이나 의류가게도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화장품 매장 직원 김국화(30) 씨는 "오늘은 문을 열고 1시간 동안 손님이 단 2명밖에 없었다"고 했다.
반면 지하상가는 북적였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지하 분수광장 일대는 한파를 피해 내려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김은영(24) 씨는 "바깥은 너무 추워 지하상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실내에만 머물 생각"이라고 했다.
털목도리, 털모자, 꽃무늬 마스크 등 방한용품을 앞세운 가게들은 손님들이 이어졌고, 지하통로로 이어지는 현대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의 지하층도 인파로 가득했다.
박순자(80) 씨는 "남편이 감기에 걸려 함께 병원에 갔다가 바깥으로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지하상가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고 했다.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과 차량 통행량도 모두 줄었다. 한파가 시작된 24일 도시철도 이용객은 39만1천190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44만5천605명)보다 12.2%(5만4천415명) 감소했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던 지난 17일(43만3천2명)에 비하면 9.7% 줄어든 수치다.
시내버스 승객도 56만5천409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날(65만1천405명)보다 13.2% 감소했다. 범안로와 앞산터널로의 차량 통행량도 전년보다 6, 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민수 기자 msg@msnet.co.kr
◇추위가 좋아요…한산한 틈 타 놀이공원 찾고, 스케이트 타며 '이한치한'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반가운 이들도 있다. 일부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즐기며 겨울의 정취를 만끽했다.
25일 오후 대봉교 인근 신천스케이트장에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얼음판을 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성우(65'중구 대봉동) 씨는 "평소엔 사람이 많아 속도를 못 냈는데 오늘은 한파 때문인지 사람이 많이 줄었다. 3년 전부터 겨울마다 스케이트를 타는데 독감은커녕 감기도 안 걸리고 있다. 추울수록 움직여야 한다"고 즐거워했다.
눈썰매장도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안전요원의 출발 신호에 맞춰 아이들은 키만한 썰매를 타고 눈밭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초등학생 두 아들과 눈썰매장을 찾은 최모(37'북구 칠성동) 씨는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싶다고 졸라서 나왔다"며 "추위도 잊고 즐겁게 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한파로 한산해진 놀이공원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달서구 이월드를 찾은 배민서(18'울산) 양은 "추위가 심해 부모님께서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막상 놀이공원에 오니 기구들을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어서 좋았다"며 "한낮이 되니 많이 춥지도 않고 오히려 추위가 고맙다"고 했다.
겨울 산을 만끽하는 등산객도 적지 않았다. 앞산 고산골에서 만난 이정석(76'남구 봉덕동) 씨는 두꺼운 바지와 귀마개, 장갑 등으로 중무장하고 등산을 즐겼다. 이 씨는 "추운 날 집에만 있기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나왔다. 겨울 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정취나 묘미가 있다"고 했다. 김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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