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주차·좌판에 막힌 전통시장 소방통로

대구소방본부 불량 적발, 중·소규모 시장 화재 무방비

30일 대구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의 모습. 아파트가 인접해 있는데다 물건 판매대가 소방도로를 차지하다시피해 화재 발생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30일 대구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의 모습. 아파트가 인접해 있는데다 물건 판매대가 소방도로를 차지하다시피해 화재 발생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30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 비좁은 골목은 불법 주차된 차량들과 가게 좌판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소방통로 경계선은 각종 조리시설이나 수족관으로 무용지물이었고, 곳곳에는 액화석유가스(LPG)통이 자리 잡았다. 길바닥에는 전선이 늘어진 채 방치됐고, 멀티탭을 아무렇게나 놓아둔 모습도 보였다. 출근길에 남문시장을 지난다는 시민 김모(48) 씨는 "오며 가며 전선을 밟기도 하고 뜨거운 솥 옆에 멀티탭이 놓인 모습도 봐서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의 중'소규모 전통시장들이 '화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프링클러나 소화기 등 소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대구소방안전본부가 대구시내 전통시장 12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방특별조사 결과, 9개 전통시장 내 17개 시설에서 불량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단지와 인접한 남문시장의 경우 1~5지구 전체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43건의 행정 조치 명령이 내려졌다. 적발 사항은 ▷스프링클러 및 피난구 유도등 불량 ▷옥내소화전 불량 ▷소화기 미비치 ▷방화문 고장 ▷화재감지기 불량 등 소방 관련 시설 전체를 망라했다. 전체 전통시장 중 절반에 가까운 55곳은 자율소방대를 운영하지 않는 등 화재 대비도 미흡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소규모의 전통시장이었다.

특히 남문시장 등 도심의 중'소규모 전통시장의 경우 아파트단지나 주택 등 주거시설과 인접하거나 뒤섞여있어 불이 나면 피해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남문시장의 경우 인근에 남문아파트 등 주상복합형 소규모 거주시설에 3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북구 번개시장도 아파트 등 주거지역과 섞여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예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소방당국은 소방통로를 확보하고자 시장 상인을 계도하고, 취약지역의 호스릴 소화전 설치도 이어가고 있다. 오는 4월부터는 '소규모시장 화재안전지원단'을 구성, 취약상가 82곳을 대상으로 화재'전기'가스 무료점검과 합동 안전간담회 등 안전지원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서문시장 등 대형 시장은 전통시장 현대화가 꽤 진행됐지만 중'소규모 시장은 사업성이 떨어져 시설 개선이 훨씬 더디다"면서 "행정당국 차원에서도 중'소규모 시장 화재 방지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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