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28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대구 도약의 계기로 삼자

무려 58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도 못했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기억도 없다. 언젠가는 국가로부터 합당한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길고 험했다. 이제야 2·28민주운동이 대한민국의 공식 역사에 편입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정부가 2·28민주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비록 늦었지만, 합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운동이 역사적으로 3·15의거, 4·19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했음은 누구나 알고 있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잊힌 의거'쯤으로 홀대받았다. 해마다 대구시 차원에서 기념식을 조촐하게 열고 기념비·기념공원·기념회관 등을 만들었지만, 2·28 주역들의 공허함과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외부인의 시각으로는 너무나 구차스럽고 초라해 보였을 것이 틀림없지만, 이제는 흘러간 추억이 됐다.

당장 올해 2월 28일부터 국가보훈처가 주관하고 정부 요인이 참석하는 기념식으로 행사 규모가 격상된다. 대구시는 국가기념일 지정을 축하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대규모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재연해 운동 유공자, 학생 등과 함께 거리행진도 벌인다. '천덕꾸러기'가 하루 만에 '백조'로 변신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행사도 좋지만, 그냥 우리끼리 즐기고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2·28은 대구경북의 빛나는 전통이자 자랑이다. 대구의 전통과 자랑을 외부에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구를 '고담시티' 내지 '꼴통 도시'라고 지칭하며 백안시하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이들에게 대구는 불의와 부정에 저항한 자랑스러운 도시임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대구시는 신문·방송·인터넷·SNS 등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이 사실을 널리 알릴 책임이 있다.

2·28을 단순하게 흘러간 역사쯤으로 다뤄선 안 된다, 대구경북인의 의기와 정의감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삼아, 후손에게 물려줄 정신운동으로 승화해야 한다. 요즘 지역민이 경제'정치적으로 고달프고 힘든 때이지만, 2'28의 함성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이겨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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