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대공감 행복 100세] (5)봉사로 즐겁게 사는 시니어

더불어 사는 마음, 재능기부에 나이가 있나요

내가 남을 위해 뭔가 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물질적으로 도와줄 수도 있고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는 병원 환자, 홀몸노인, 장애인, 시설 어린이 등 외롭고 힘든 이웃이 많다. 봉사는 이런 소외 이웃에 기쁨을 주는 청량제이다. 행정안전부 1365자원봉사포털(2017년 12월 31일 기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천177만8천544명 가운데 20%가량인 1천201만6천428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어 있다. 이 중 487만6천669명이 실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대 이상 성인 자원봉사 참여율도 2011년 2.8%, 2012년 3.5%, 2013년 3.9%, 2014년 4.4%, 2015년 5.1%, 2016년 6.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봉사자의 증가는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은퇴 후 시니어들은 뭘 할까 고민이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봉사로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일도 의미 있다. 남에게 기쁨을 선사하면 자신에게도 즐거움이 된다. 봉사하는 시니어는 대부분 젊은이처럼 활달하다. 성격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봉사는 정신적 건강에 좋고 육체적 건강에도 좋다. 70대가 넘는 나이지만 봉사로 멋진 여생을 보내는 시니어들이 있다. 색소폰 연주 봉사 김상수 씨, 가훈 써주기 봉사 김시철 씨, 뿌리교육 봉사 박노식 씨의 즐거운 봉사 인생을 살펴봤다.

연주할 수 있는 곡만 400곡

봉사활동 덕에 밥맛도 좋아

#색소폰 연주 봉사 82세 김상수 씨

"연주 봉사로 남을 즐겁게 해주니 내 마음도 즐겁기만 해요." 10년째 색소폰을 부는 김상수(82) 씨. 그는 보라색 모자에 흰색 연주복을 입고 나비 넥타이를 맸다. 노익장이지만 얼굴이 고운 멋쟁이 아저씨다. 무게가 2㎏ 넘는 색소폰을 들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더니 감미로운 선율을 내뱉는다. 한때 교사 생활을 했던 그는 대구 중구의회 초대 의원을 역임했다. 중국 조선족 어린이에게 한글교육 봉사도 했다. 퇴직 후 뭘 해볼까 생각하다 소외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음악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2012년 전직 교육자 출신 9명을 모아 예사랑연주단을 조직해 7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용산역 광장, 반월당 메트로센터를 비롯해 요양병원, 장애인학교 등 매주 4회 이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색소폰을 부니 잠이 잘 오고 밥맛도 있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가 연주할 수 있는 곡만 400곡이 넘는다. 요즘도 하루 2, 3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세대 공감 공동체 형성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지방 가수와 무용단을 영입해 연주 봉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어르신에 서예 소학 지도

집안 가훈 쓸 때마다 뿌듯

#가훈 써주기 봉사 72세 김시철 씨

"가훈은 가족이 함께 지켜야 할 정신적 덕목입니다. 학생들에게 가훈을 써주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가훈 써주기 봉사를 하는 김시철(72) 씨는 갈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다. 한지에 붓으로 직접 쓴 '심청즉시선'(心淸則是仙'마음이 맑으면 즉 신선이다)이라는 글귀도 가지고 나왔다. 그는 20년 이상 붓을 잡고 있다. 얼굴은 선비처럼 맑고 인자하다. 그는 2012년부터 담수회서예원 원장으로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서예를 비롯해 주자 소학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대경뿌리학교 가훈반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 집의 가훈을 받아 붓글씨로 써주고 있다. "가훈을 받아보면 주로 한글 내용이 많아요. 그중에 좋은 뜻의 명언들도 있어요." 그는 가훈을 쓸 때는 밤늦게까지, 또는 이틀이 걸리기도 한다. 한 집의 가훈이라 글자 한자 한자 정성을 기울여 쓴다. 그는 "가훈 써주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더없이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 생각하면 봉사의 즐거움이 솟구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칠곡군문화원에서 서예교실을 10년째 열고 있기도 하다.

집안 성씨 본관 교육 힘써

학생에 잊혀진 놀이 전파

#뿌리교육 봉사 71세 박노식 씨

"뿌리 깊은 나무는 튼튼하게 자라듯 자라나는 아이들도 조상의 뿌리를 알아야 올곧게 자라지요." 교장 출신 박노식(71) 씨는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2011년 퇴직했다. 까만 정장 차림에 빨간 넥타이를 맸다. 손에는 영해 박씨 족보가 들려 있다. 뿌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3년째 뿌리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엔 교육청 학부모역량개발 강사로 활동하다 뿌리교육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뿌리교육은 자기의 근본을 살펴보고 역사적 존재로서 나를 찾게 해주는 인성교육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씨, 시조, 본관은 물론 친가, 외가 구성원 이름 알기를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연예인이나 애완동물 이름은 알면서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은 잘 몰라요. 더구나 아버지들조차 자신의 본관을 모르기도 해요." 그는 또 잊혀가는 전래놀이를 알리고 있다. 고누놀이, 투호놀이, 칠교놀이, 망줍기놀이, 비석치기놀이 등 전래놀이를 전파하고 있다. 그는 "대구지역 학생 4천여 명이 뿌리교육을 받았다. 앞으로 더 많은 학교를 찾아 뿌리 알리기 교육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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