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청년들의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 지인들과 만났을 때 사업을 하는 선배는 내게 이렇게 운을 뗐다. 대중목욕탕에서 청년 2명이 나눈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주머니 사정은 뻔한데 돈이 들어가니까 연애를 못한다고 하더구먼. 남자로서의 욕구는 성(性)을 사는 것으로 풀면 연애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면서 이렇게 살면 된다고 서로 맞장구를 쳐. 얘기를 들을 때는 '한심한 놈들'이라고 흘려버렸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문에 나오는 청년들의 절망이 현실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선배는 이런 청년들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청년들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환경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한 차부품업체 대표는 "정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중국 등지에서 현대기아차의 성장세가 확 꺾인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 계획까지 잇따라 나오면서 직원을 더 줄여야 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채산성이 안 맞아 역내 차부품업체 중에는 아이템을 반납하고 일을 접어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의 자동화를 통해 최소 인원만 데리고 공장을 꾸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계가 전공인 그는 모든 역량을 자동화에 쏟아부어 직원 줄이기를 통한 인건비 절감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 부처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청년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각 부처가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점잖은 문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기자가 대구에서 확인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반드시 직원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호를 산업현장에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돈을 쓰기만 하는 조직인 정부 부문과 달리 돈을 벌어야 생존할 수 있는 계산 빠른 민간 부문은 이런 신호에 지극히 민감하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일자리를 자꾸만 줄이라는 신호를 민간 부문으로 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장'차관 워크숍에서 "장·차관들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장'차관들이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를 바꾸는 용기를 내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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