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축복받은 문화예술 도시다. 정치는 소외되고, 경제도 보잘것없지만 문화예술만큼은 부산'인천'대전이 부럽지 않다. '제3의 도시'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지만 문화예술은 서울에 이어 '제2의 도시'라 자부할 만하다.
주관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 근거들을 풀어보겠다. 공연 기획자들은 서울을 제외하고 뮤지컬, 오페라 공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도시가 '대구'라고 입을 모은다. 15만원 안팎의 값비싼 VIP석이 대구에서는 유료 관객으로 꽉 찬다. 뮤지컬 또는 오페라의 해외 오리지널 팀 공연(오페라의 유령,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태양의 서커스, 아이다)은 서울 그리고 대구가 끝이다. 공연 전문가들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층을 뮤지컬 3만~5만 명, 오페라 1만 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공연 마니아들이 대구의 티켓 파워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구는 뮤지컬, 오페라의 단일 축제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구에는 클래식 마니아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의 경우 수년째 티켓 판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4년째 대구시향을 이끌고 있는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아예 '대구에서 죽을 때까지 살겠다'는 각오로 대구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 출신의 성악가들 역시 지난 연말 각종 무대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관객에게 선사하며 크고 작은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대구가곡사랑모임'(테너 김남수, 음악코치 이선경)은 벌써 26회째 작은 무대를 열어, 성악가가 들려주는 대중적인 가곡을 일반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대구 연극판 역시 서울 대학로 다음으로 활성화되어 있을 정도로 365일 소극장이 돌아가고 있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서울 대학로의 축소판이다. 오래된 소극장과 신설 극장이 20곳 안팎이나 문을 열고 있으며, 매년 실험적인 연극이나 상업적인 작품들이 공연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반월당, 동성로, 대구역 등 시내 한복판에 포진하고 있는 송죽시어터, 아트플러스시어터, 공연예술전용극장CT 등이 트렌드 연극으로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
매년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지난해 대구에서 처음 열린 대한민국 연극제는 대구 연극의 위상을 전국에 알린 쾌거였다.
인천 출신이지만 3년째 대구의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이서하 씨는 "고향 인천에서는 설 무대가 없다"며 "대구는 제 꿈을 이뤄가는 발판을 마련해준 고마운 도시"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에 대한민국 문학의 중심이었던 대구는 21세기에도 문인들의 도시다. 시와 소설, 수필, 시조, 정가 등 동호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근대 시기처럼 우뚝 솟은 유명 작가나 시인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 저변은 여전히 문인의 도시라 평가받을 만하다. 올해 1월 매일신문사의 신춘문예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에서 4천500여 편이 응모할 정도로 뜨거웠다.
대구 무용도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구에서 2014 세계무용대회, 2016 세계안무대회가 열렸으며, 대구시립무용단과 사설 무용단 등이 해마다 세계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시립무용단은 매년 대구의 각 초등학교를 찾아가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의 국악인들 역시 대한민국의 전통 정서를 바탕으로 우리 음악의 소중함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구가 지금까지 쌓아온 문화 인프라는 세계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패거리 문화, 남 헐뜯기, 기득권 세력, 짜고 치기 등 요즘 유행어가 된 다소의 '적폐'(積弊)도 있겠지만 대구는 문화예술 축복도시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문화예술면에서만큼은 대구 시민들은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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