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도시철도 화재 및 방화 대책 꼼꼼히 점검하라

최근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는 대형 화재 사건으로 국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2일 대구에서는 30대 남성이 휘발유를 들고 도시철도를 타려다가 소방차와 경찰이 대거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도시철도 열차에 인화성 물질을 반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 벌어진 해프닝인데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트라우마가 있는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못역에서 일어난 이번 해프닝을 보면 도시철도공사와 소방서, 경찰의 대응이 비교적 잘 이뤄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휘발유 8ℓ가 든 기름통을 들고 역사 진입을 시도한 남성을 수상히 여긴 도시철도 역무원들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인근 지구대와 소방차 15대, 소방관 35명이 출동해 현장을 봉쇄하는 등 각자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다. "자동차에 넣을 기름"이라는 남성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남성의 귀갓길까지 추적하며 확인한 것은 제대로 된 대처다.

하지만 도시철도 같은 다중이용 교통시설이 방화 같은 범죄에 완벽한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남성이 먼저 역무실을 찾아와 "기름을 들고 도시철도를 탈 수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다. 역무원들이 CCTV 등으로 수상한 사람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하지만, 만일 누군가가 나쁜 의도를 품고 휘발성 물질 등을 가방이나 외투 안에 숨겨 열차를 탄다면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나 무인운행 방식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경우 운행 중인 열차 안에서 방화 또는 화재가 발생하면 대처는 오롯이 승객들 몫이 된다.

대구시와 도시철도공사는 이번 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특히나 최근 들어 대형 화재가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뉴스에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정신이상자나 범죄자들의 모방 방화 범죄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국은 도시철도 화재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문제점 발견 시 보완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비는 아무리 철저하게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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