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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지사 경선 모바일 투표 도입, '오더' 투표 힘 잃을 듯

소지역주의 사라지나

자유한국당이 6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경선규칙 변경을 통해 책임당원의 모바일 투표를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경북도지사 경선에서 소지역주의가 희석될 전망이다. 모바일 투표의 경우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당협위원장의 투표 지침이 관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각 경선주자들이 바닥 민심을 훑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한 후보 연설회에 몰린 많은 유권자들의 모습. 매일신문 DB

자유한국당의 경상북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감지되는 '소지역주의' 약화는 한국당이 지난 2일 국민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투표 결과 반영 비율을 5대 5로 조정하고, 모바일 투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고치면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소위 '오더'를 내릴 만한 인물이 사라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특정계파 색채가 옅어져 차기 도백 선거에서 소지역주의 소멸을 기대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오더'도, 지역구 국회의원 포섭도 무의미

"이번에야말로 동부권에서 경북도지사가 나와야 한다." "도정 계승을 위해서는 중부권 후보가 바통을 이어야 한다." "도청이 북부권으로 이전했으니 차기 도백 역시 북부권 인물이 돼야 한다."

한국당 경북도지사 경선이 유례없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항간에 떠도는 권역별 도지사 필연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많은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지역'권역별 합종연횡 시나리오도 작성되고 있다. 정작 출마 예정자들은 특정 지역에만 기댈 수 없다며 되레 지역 경계를 허물고 '민심 앞으로'를 외친다.

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 비율 확대와 모바일 투표 도입 등 룰 변경은 출마 예정자로 하여금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령 당원 현장투표가 사라지면서 차량을 동원해 책임당원을 경선장으로 실어 나르는 행태를 없앴다. 이는 또 권역별 합종연횡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영주'(領主)와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 포섭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모바일 투표는 지역구 의원이 '우리끼리' 모여 표 단속할 은밀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006년 경북도지사 경선 때 포항 지역구 의원 두 명이 버스로 이동 중인 책임당원들에게 '○○○ 후보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은 게 뼈아픈 패인이 됐다. 그러나 개정된 룰은 지역구 의원 의중이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령 포항이 지역구인 박명재 의원을 제외한 출마 예정자들은 동부권에 구애하면서도 속으로는 표를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라고 했다.

대신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출마 예정자들의 몸값은 치솟게 됐다. 기초선거에 나설 출마 예정자들이 확보한 책임당원 수 때문이다. 한 표가 아쉬운 도지사 출마 예정자들은 많은 책임당원을 확보한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구조가 돼 버렸다. 한 출마 예정자는 "포항이나 구미 인구가 많다지만 그건 본선 이야기이고, 경선은 책임당원 수가 승패를 좌우한다. 초선 지역구 의원이 당협 한 곳에서 직접 장악하는 책임당원은 500여 명에 그친다. 게다가 의원이 현장에서 '오더'도 내리지 못하니 책임당원이 많은 곳은 '말발' 먹히는 기초단체장 출마자 포섭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승패는 '저인망식' 얼굴 알리기

경선에서 일반인 비중이 전체의 50%가 되면서 '바닥 훑기'가 승패의 큰 요소가 됐다. 경선에 뛰어든 김광림'박명재'이철우 의원(가나다 순) 측은 "경선 선거인단 변경으로 현역 의원 확보 전략보다는 경북도민에게 최대한 노출 빈도를 올리는 인지도 제고 작업이 우선이다"는 공통된 반응을 내놨다.

이철우 의원은 책임당원의 지지를 얻고자 동료 의원에게 기대는 것보다 당내 화합을 내세우면서 '애당심'을 강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또한 일반인을 향한 스킨십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일반 여론을 잡으려면 현장을 뛰어다니며 직접 만나는 수밖에 없다. 경북 곳곳을 하루 700㎞ 이상 다닌다"고 말했다.

김광림 의원도 경북 전역의 행사장을 모두 다니려 힘쓴다. 이와 더불어 쓰고 있는 전략이 '전화 마케팅'이다. 갈 수 없는 행사장은 주최 측 등 관계자에게 전화로 힘을 불어넣는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김 의원께서 잊지 않고 신경을 써준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박명재 의원도 개신교 장로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면서 바닥 민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경주를 방문해 '당신은 어떤 묘비명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신자들 앞에서 강연을 펼쳐 호응을 얻어냈다는 게 박 의원 측 전언이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경북 도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숙원사업 현장 중심의 선거운동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김 시장은 "도민들이 그동안 가려워했던 부분을 풀어낼 수 있는 사업 현장과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민원 현장을 직접 찾아나서겠다"고 말했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해 현장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며 "당원, 도민과 함께 자고 식사도 함께하면서 동고동락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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