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하천 개발 명암] "생태계 복원에 깃대종 역할 필수"

환경 전문가, 먹이사슬 복원 강조

환경 전문가들은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서식 생물의 생태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염된 하천의 수질 개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먹이사슬을 복원하고 생태계가 선순환 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동식물로 '깃대종'(flagship species)을 꼽는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종의 생태를 대표하는 중요 동식물로, 해당 지역 생태계 회복의 개척자 역할을 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깃대종의 생태계에 맞춘 서식 환경을 조성하면 생태가 비슷한 생물의 서식 여건도 확보된다.

달성습지에서 가장 중요한 깃대종 중 하나는 흑두루미다. 흑두루미는 지구 상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희귀 물새다. 봄'여름에는 러시아와 북만주에 서식하다가 늦가을 남쪽으로 이동해 한국, 일본에서 겨울을 난다. 달서구 대천동'호림동, 달성군 다사읍'화원읍 일대에 걸쳐 있는 달성습지는 흑두루미의 주요한 월동 지역이다. 특히 흑두루미는 번식지에서는 어류 및 곤충류 같은 동물성 먹이를 먹지만 달성습지와 같은 경유지에서는 낟알과 식물의 줄기, 뿌리를 먹는다. 외부 위협에 예민해 등을 지고 숨을 언덕이나 풀숲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달성습지 일대는 도시화와 잦은 복원 공사로 인해 갈대숲과 낱알을 찾아보기 힘들다. 박희천 경북대 명예교수(생물학과)는 "흑두루미가 물과 육지를 보다 쉽게 오갈 수 있는 수변 환경을 조성하면 기러기 등 다른 조류도 다시 달성습지를 활발히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하다면 신천 곳곳에 설치된 인공보 등 인위적 설치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생태연구소 관계자는 "인공적 변형이 이미 일어난 자연을 되돌리는 최선의 방법은 재자연화"라며 "인공시설을 없애고 자연에 가까운 소재로 대체해 하천이 스스로 자연성을 찾아가게끔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하천과 강물은 인공적인 시설의 방해 없이 막히지 않고 흘러야 한다. 신천과 금호강은 도심공원을 만드느라 하천을 인공적으로 조성'개발한 대표적 자연훼손 사례"라며 "하천 내 모든 보와 콘크리트 제방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일부만이라도 제거해 환경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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