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뻥이오~추억이 터진다

배고픈 시절 '사랑의 간식' 뻥튀기

엄마는 알곡 담은 대야 이고, 기계 앞에 귀 막고 선 꼬마들

네모난 판자 강정 만드는 소리…몰래 빼먹으면 꿀맛이더라!

"뻥이오~."

설 명절이 다가오면 기성세대는 어릴 적 뻥튀기 추억이 떠오른다. 시골 동네에는 어김없이 뻥튀기 아저씨가 나타난다. 장구처럼 이상하게 생긴 뻥튀기 기계는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했다. 배고픈 시절 뻥튀기는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간식이었다. 뻥튀기 아저씨는 동네 한복판에 뻥튀기 기계를 설치한다. 엄마들은 아침 일찍 알곡을 담은 고무 대야를 이고 나온다. 옥수수, 보리, 수수, 떡국떡, 쌀, 콩, 들깨 등 알곡도 다양하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장작을 지고 온다. 어느새 알곡을 담은 대야는 긴 줄이 만들어진다. 잘사는 집은 20되 정도, 못사는 집은 5되 정도 튀긴다. 알곡을 담은 되가 빈부격차를 말해준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뻥튀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뻥튀기는 나무를 때어 곡물을 볶았다.

뻥튀기 기계는 손으로 돌리는 수동이다. 동네 꼬마들은 기계를 돌리려고 줄을 서기도 했다. 한 번 돌리면 뻥튀기 기계 속에 남은 튀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줄을 서는 순서도 선배들이 우선이고 후배는 뒤쪽에 서야 했다. 꼬마들에게는 말린 떡국떡 뻥튀기가 가장 인기 있었다. 줄을 잘 서면 떡국떡이 든 뻥튀기를 돌리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기계를 돌린 꼬마들 얼굴에 검댕이 묻기도 했다. 꼬마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다. 뻥튀기하는 날은 동네 강아지들도 냄새를 맡고 뻥튀기 기계 주변에서 킁킁댄다.

1970년대 당시 알곡 한 되 뻥튀기 가격은 50원 정도였다. 땔감 나무와 사카린을 갖고 오느냐에 따라 뻥튀기 가격이 달랐다. 지금은 손님이 알곡을 가져왔을 때 한 되 뻥튀기 가격은 3천~4천원 한다. 당시 엄마들은 뻥튀기를 해서 강정도 직접 만들었다. 한나절 조청을 고아 밤이면 군불을 지핀 방에서 토닥토닥 강정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판자 강정틀에서 네모, 세모, 별 등 갖가지 모양의 강정이 나왔다. 옆방에서 공부하는 꼬마들은 그 소리가 마냥 정겹기만 했다. 방에 말려놓은 강정을 몰래 빼먹으면 꿀맛이다.

시대가 많이 흘렀다. 요즘 시골 동네를 찾아오는 뻥튀기 아저씨는 없다. 시골 5일장이나 도시 전통시장에서 간혹 볼 수 있다. 뻥튀기의 추억은 우리네 마음속에서도 잊혀가고 있다. 이번 설 명절 연휴에는 온 가족이 함께 뻥튀기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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