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도시농업박람회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박람회에서는 도시민들에게 도시농업을 통해서 자연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주제로 공간과 기회를 만들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공동텃밭, 주말농장 형태로 시민들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학교농장도 있다. 텃밭을 통한 식생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텃밭에 퇴비를 주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배추를 키운다. 그리고 키운 배추를 수확해서 김장을 한다. 식생활 교육과 도시농업의 결합은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텃밭에서부터 시작하게 만들어 주었다. 텃밭교육부터 텃밭요리까지 도시농업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지금 대구에서 생각보다 굉장히 적극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에는 19곳의 공영 및 민간 주말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농장은 도시농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농장에는 농산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기 위해 오는 사람보다, 지루했던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찾는 가족들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아이들은 텃밭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고, 부모들은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를 수확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점심으로 준비된다. 아이들은 열심히 놀다가 엄마 아빠와 함께 자연 속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그 맛을 기억하게 된다. 주말농장은 단순히 농사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애를 확인하고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만들어 주는 가족공동체 회복공간이며,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고 농산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된다.
'어쩌면 주말농장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장난감일 수 있겠다.' 주말농장에 놀러 오는 아이들을 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주말농장에 온 아이들은 자연에서 장난감을 찾아낸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물, 흙, 잡초에서 재미와 흥미를 찾는다.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 무언가를 찾아내고 즐거워한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을 접하지 못해서 심심하고 지루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스마트폰을 찾았던 건 아닐까?
주말농장에서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그 어떤 것도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아이들에게는 단지 작은 막대기와 흙만 있으면 충분했다. 아이들은 파고 덮고 물을 채우고 물을 빼고, 주말농장에 있는 모든 자연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자연에서 멀어지는 아이들'(리처드 루브 저)에 보면 '자연결핍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는 말이 나온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을 접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고, 그래서 자연을 위험한 곳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산업이 발전하고 도시가 팽창하기 시작한 오래전부터 일어난 현상이라고 한다. 도시농업은 자연결핍장애가 나타나는 도시 아이들에게 백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주말농장은 백신이 있는 병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도시농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다. 내 아이가 어떻게 하면 자연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할지 고민하다가 찾아낸 방법이 있다. 봄이 되면 매주 한 번 농장에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떤 도구를 잡혀 주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스스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그냥 텃밭에 내버려두는 것이다. 도시농업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주말농장은 가장 좋은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이제 곧 봄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도시농업을 선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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