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지진 피해 주민 임시구호소 폐쇄, 시간 갖고 고민하라

포항 지진의 피해 주민 거처였던 임시구호소 폐쇄를 둘러싸고 포항시와 이재민의 입장이 달라 갈등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지진 이후 운영하던 북구 흥해실내체육관과 기쁨의교회 등 2곳의 임시구호소를 10일 폐쇄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이재민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남긴 인적 진통이다. 원만한 마무리의 해법은 이제 행정 당국과 피해 주민의 몫이 됐다.

현재 갈등을 겪는 이재민은 임시구호소에서 생활한 171가구 370여 명 가운데 133가구이다. 이들은 이전에 살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할 처지다. 지진으로 떠났던 거주지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입주 안전 판정을 받아서다. 하지만 선뜻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동절기인 탓에 제대로 집 수리를 못했거나 안전진단 결과 불신 등으로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 지진의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일 수 있다.

포항시가 장기간에 걸친 임시구호소 운영에 따른 자원봉사자의 어려움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폐쇄 예고 결정의 배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은 사상 초유의 예고 없는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아픔을 살피는 일이다. 하루아침에 어쩔 수 없이 정든 삶터를 떠나야만 했던 이재민들의 혼란에다 최근까지 무려 81차례나 이어진 여진 등을 감안하면 그들의 충격과 심적 고통은 나름 이해할 만하다.

포항시는 이들의 여러 요구 가운데 현실적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뜩이나 몰아친 추위로 심신이 위축되고 설 명절까지 앞둔 시점에서 이재민의 반발을 외면한 임시구호소 폐쇄는 재고의 여지가 없지 않다. 포항시는 행정상 다소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예정된 임시구호소의 폐쇄를 미룰 필요가 있다. 지진의 나라 일본도 임시수용소를 가급적 오래 운영하는 것은 이재민의 아픔을 먼저 헤아린 까닭일 것이다. 굳이 임시구호소를 예정대로 폐쇄해야 한다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종전 거처 복귀가 힘든 이재민을 위한 거주 대책 마련도 검토할 일이다. 포항시의 이런 노력과 원만한 이재민 마무리 행정 고민은 뒷날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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