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방관 32명이 대구 1,300여곳 안전점검 '피로감'

업무폭주·인력난 이중고…잇단 대형화재에 수요 급증, 매일 6곳 돌고 밤 퇴근 일쑤

최근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갖가지 예방대책이 쏟아지면서 소방당국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이 이어지는 데다 설 명절 앞두고 소방특별조사까지 진행되면서 안전점검 업무가 폭주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고질적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현장 실무자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5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소방특별조사는 5가지나 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따른 복합스파'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 349곳에 대한 점검을 마치기 무섭게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대구시내 의료시설 209곳과 요양시설 278곳을 대상으로 정밀 점검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서울 종로 여관 화재로 소규모 여관과 쪽방 등 화재 취약 주거시설 324곳에 대한 점검도 벌이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판매시설과 영화관 68곳, 터미널, KTX역 등 운수시설 8곳도 특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이 지나면 구'군과 합동으로 전통시장 121곳도 점검해야 한다.

문제는 조사 담당 직원이 소방서마다 4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구 전체를 통틀어 32명의 소방공무원이 대구시내 시설 전체를 조사하는 셈이다. 매년 실시하는 정기 소방특별조사는 대구시내 전체 건물 중 20%만 추려서 조사하지만, 각종 긴급소방특별조사는 지정된 모든 시설을 소방관 32명이 전수조사해야 한다.

대구시내 한 소방서 안전점검 담당자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점검대상이 수백 개씩 쏟아진다. 평소에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터라 업무 부담이 극심하다"면서 "매일 건물 6곳을 점검하고, 결과 정리 서류작업까지 끝내면 매일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노래방이나 주점 등은 야간에 점검을 해야 돼 피로가 쌓여만 간다"고 한숨지었다.

심각한 인력난이 시달리면서 소방당국은 현장인력 일부를 단속업무로 돌리는 '고육지책'까지 내놨다. 5일부터 소방서마다 화재 진압 및 구급 업무를 담당하던 소방관 2명을 뽑아 '특별기동단속반'으로 배정한 것. 단속과 조사업무를 모두 담당하던 안전점검 부서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높다. 대구 한 소방서 한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출동할 소방관도 부족한 판에 점검 업무로 배정하는 것은 윗돌을 빼서 아랫돌 괴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한 관계자는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대상 시설을 점검하다 보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실수하거나 빠뜨릴 위험이 있다. 인력만 충분하다면 점검의 질이 높아지고 화재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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