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도시의 하천이라면 필수로 착용하는 옷이 있다. '교량'이다. 사람이 많이 살면, 그러니까 이리저리 통행하려는 수요가 늘면, 그만큼 많은 교량이 하천에 설치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에 더해 교량은 사람이 입는 옷이 그러하듯 멋도 낸다. 이 멋이 그저 시각적 즐거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역시 사람의 옷이 그러하듯 도시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주민의 '삶의 질'도 높여줄 수 있다. 도시보다 교량이 더 유명해져 관광객을 그러모아 먹고사는 세계 곳곳 사례도 그런 연유에서 나온다.
◆교량이 수변공간 도시재생 기폭제, 영국 뉴캐슬'게이츠헤드
영국 북부 도시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는 쌍둥이 도시로 불린다. 타인강을 사이에 두고 남(게이츠헤드)과 북(뉴캐슬)으로 맞붙어 있어서다. 두 도시는 산업혁명 시기부터 탄광업, 제철업, 조선업 등을 부흥시켜 영국 경제를 오랫동안 지탱해왔다. 그러다 20세기 중반 들어 중공업이 쇠퇴하고, 1970년대에는 탄광마저 폐쇄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다양한 시도를 하던 두 도시는 결국 타인강을 매개로 도시계획을 통합하기에 이른다. 산업은 이제 마땅한 기반이 없으니 문화주도형 도시재생을 1990년대부터 실행키로 한 것이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타인강 위에 설치돼 두 도시를 잇는 보행자 전용 교량 '밀레니엄브리지'이다.
2001년 놓인 이 교량은 황량하기만 하던 양 도시 사이 타인강에 경관미를 부여했다. 배가 지나갈 때 교량이 회전하는 점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중요한 것은 교량의 디자인만 출중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부분이 한국의 대다수 교량이 시도하는 명소화(랜드마크화)와의 차이점으로 읽힌다. 밀레니엄브리지는 아치가 바로 옆 20세기 초반에 건설된 타인브리지의 철골 구조와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됐다. 두 도시가 공유하는 번영의 역사를 잇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교량이 석양 풍경으로 유명해져 관광객을 모으는 것도 애초 교량을 지을 때 의도된 것이다. 또한 밀레니엄브리지는 뉴캐슬과 게이츠헤드의 중심가를 연결, 쇠퇴를 거듭하며 공동화 위기에까지 이른 중심가의 재건을 꾀하는 도시계획의 핵심 요소가 됐다.
두 도시는 밀레니엄브리지를 개통한 뒤 주변에 옛 제분공장을 다시 꾸민 '발틱현대미술관'을 2002년에, 음악공연장 '더 세이지'를 2004년에 잇따라 조성했다. 이어 타인강 양안 보행 환경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두 도시 중심가와 타인강변을 순회하는 천연가스버스도 2006년 개통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의 단초가 된 밀레니엄브리지는 문화, 역사, 관광, 하천, 도시 등 다양한 주제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도 맡고 있다.
대구 금호강도 타인강에 비유할 수 있다. 우선 위치로 보면 금호강은 대구 안의 하천이기는 한데, 조금 넓게 보면 다르다. 아무래도 하천 남쪽에 시가지가 몰려 있는 대구는 금호강을 하천 북쪽 경북 중부'북부'동부지역과의 연결고리로 삼을 수 있다. 북구와 연결된 구미'칠곡이라든지, 동구와 연결된 경산'영천이라든지, 또 통합 대구공항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군위'의성이라든지 말이다. 타인강 사례에 더해 대구경북은 금호강 및 주변 하천을 매개로 상수도 및 각종 용수 공급 관련 긴밀한 이해관계도 공유하고 있다. 가뭄 장기화로 수돗물 취수 위기에 직면한 지금,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새롭게 단장되는 금호강 교량
타인강에 있는 손녀뻘 밀레니엄브리지와 할머니뻘 타인브리지의 구도는 사실 금호강에도 있다. 2011년 개통한 동촌해맞이다리와 1936년 지어진 아양철교다. 동촌해맞이다리는 보행 및 자전거 통행이 키워드인 수변공간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교량이고, 아양철교는 대구 산업화 역사를 간직한 옛 대구선 유일 철교라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타인강 교량 구도와 비교해 조금 다른 부분은 아양철교는 '회춘'을 했다는 점이다. 2008년 2월 대구선이 옮겨져 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흉물처럼 남았던 아양철교는 리모델링돼 2013년 아양기찻길이라는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만, 이들 교량이 타인강의 밀레니엄브리지처럼 주어진 경관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분석해 볼 부분이다. 동촌해맞이다리와 아양기찻길 일대는 조선 초기 유학자 서거정이 대구에서 경치가 좋은 공간 10곳을 선별한 '대구 10경' 가운데 제1경인 '금호범주'(금호강의 뱃놀이)를 읊었다는 후보지 가운데 유력한 곳이다.
금호강 노곡교는 금호강 경관 감상을 아예 '기획 의도'로 내세워 리모델링된다. 대구시 '하중도 명소화 기본계획'에 따르면 노곡교에 전망대를 설치해 바로 옆 하중도와 어우러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노을 경관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야간 경관 감상을 돕기 위해 태양광을 활용한 경관조명이 난간에 설치된다. 아울러 노곡교~팔달교 금호강 좌안에는 보행자용 교량이 만들어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에서 내린 방문객이 하중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호강 교량 지도, 더욱 촘촘해진다
동촌유원지 일대 동촌해맞이다리와 아양기찻길 등의 신설 및 리모델링, 2015년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따른 팔달교 바로 옆 모노레일 교량 신설에 이어 금호강에는 교량이 계속 설치될 예정이다. 확정된 곳은 금호워터폴리스 진입도로 공사에 포함된 금호강 횡단 교량이다. 금호강 구간 서쪽 산격대교와 동쪽 공항교 사이에 설치돼 금호워터폴리스, 이시아폴리스, 엑스코 및 유통단지를 새롭게 연결하고, 현재 조성 중인 연경공공주택지구의 차량 수요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고질적인 휴일 팔공산 일대 차량 정체도 완화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20년 완공이 목표인 4차순환도로 건설에도 금호강을 지나는 교량 신설이 포함돼 있다. 금호강이 경계인 달성군 다사지역과 달서구 성서산업단지를 동서로 잇는 교량, 동구 신서혁신도시와 수성구 시지지역을 남북으로 잇는 교량 등이다. 이들 교량은 대구 주변 지역과의 접근성을 더욱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천 위 교량은 아니지만 하천 유역에 조성되는 교량 형식 고가연결도로의 건설 계획도 있다. 북구 제3산업단지 중앙에서 금호강 유역 신천대로로 곧장 연결되는 신천대로IC가 제3산단 노후산단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 대구시는 제3산단에서 북대구IC까지 진입 시간을 20분 이상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한다.
이 밖에 금호강 유역에 보행 및 자전거길 기반 시설이 잘 조성돼 있는 만큼, 금호강'신천 합류부(침산공원, 연암공원 등 인접)를 비롯해 수변공간에 대한 주민 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보행교 같은 교량 설치가 모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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