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4차 산업혁명-㉻치료에서 예방 시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 분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금의 의료는 대부분 치료 중심이다. 질병으로 진단되어야 의료보험이 되고,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치료 의학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병원에 입원하고 있거나 외래를 방문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심혈관계나 내분비 계통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한 번 질병으로 진단되면 거의 평생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이런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면 결국 국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미 의료보험료의 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들의 치료비에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치료보다 조금 앞서 예방과 예측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방과 예측을 위해서는 기존의 질병에 대한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우리의 강점은 세계 최대의 국민 건강과 질병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가의 상위 1% 인재를 특정 분야, 즉 의학계열에 모아놓은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재와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향후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빅데이터 교육과 함께 타 학문 분야의 강의를 듣게 하고, 멘토링을 통한 융합연구에 과감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일정 부분 예산을 투입하여 의과대학에 모여 있는 인재를 4차 산업혁명에 맞추어 교육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가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기존의 지식을 기계적으로 외우고 시험 보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 창의성을 잃어버리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독창적인 발상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7%로 10년 전 54%보다 16.7%포인트 증가했다.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암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보다도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 검진 및 암 검진 프로그램과 생활습관 관리 등 만성질환 예방에 노력을 쏟은 결과이다. 반면 중국은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30.9%로 우리나라 1980년대와 비슷하다. 한 해 신규 암 환자가 312만 명이나 된다. 중국도 늘어나는 암 환자들에 관한 문제가 향후 국가적인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 이내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50%까지 올리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의 조기검진 기술을 발전시켜 지금보다 빨리 진단하고, 특정 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빅데이터에 접목하여 질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여차하면 우리의 강점인 질병 예방과 검진 사업도 중국보다 뒤처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의료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창의성 있는 인력과 빅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각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인프라와 교육이 접목되면 우리가 한발 앞서 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보다 창의적이며, 지식 기반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리의 장점을 활용하여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가올 4차 의료 산업혁명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도전과 기회가 동시에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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