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을 맡았던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공격에 여당이 '뇌동'(雷同)하고 있다. 국정을 이끄는 주체로서 민주주의와 사법부 독립의 수호라는 책무를 망각한, 법치(法治)의 말살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이야 감정에 휘둘려 정 판사에 대해 분별없는 비방을 쏟아낸다 쳐도 여당이 이러면 사법부는 설 자리가 없다. 사법부 독립이란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여당이 앞장서 허무는 꼴이다. 그런 점에서 여당은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채 오직 권력 장악에만 매달리는 정상배들의 집단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정 판사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방 강도는 일반인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추미애 대표는 "사법부가 재벌에 굴복한 판'경(判'經) 유착"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위협까지 했다. 여기에 우원식 원내대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고 장단을 맞췄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은 삼성과 법관의 유착인 '삼법 유착'이라고 부르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 부회장 1심 판결이 나올 때쯤 서울고법에 형사 13부를 신설해 사건을 배당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유승희 의원은 "적폐 청산이 덜 돼 생긴 문제"라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안민석 의원은 영장심사를 한 조의연 판사를 향해 "사법부에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이라며 막말을 했고, 정청래 전 의원은 "이재용 기각은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런 예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많다. 그러나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이 나왔을 때는 칭찬 일색이었다.
이런 사실은 민주당에 사법부는 어떤 존재인지를 잘 말해준다. 자신들의 결정이나 희망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해주고 합법의 틀을 씌워주는 편리한 도구라는 것이다. 정 판사에 대한 모욕적 비방은 그렇게 '기능'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럴 것이라면 권력에서 독립된 사법부를 둘 필요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주적 재판 절차를 따를 필요도 없다. 인민재판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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