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민주 펠로시 원내대표, 드리머 위해 역대 최장 8시간 마라톤 연설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대체 입법을 촉구하며 하원 사상 가장 긴 8시간이 넘는 마라톤 연설을 했다.

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4분 연설대에 오른 뒤 오후 6시 10분까지 약 8시간 5분 동안 단상에서 내려가지 않고 열변을 토했다.

펠로시는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여야 간 예산안 합의에 항의하고자 연설 마라톤인 '토커톤'(talk-a-thon)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회 전문지 힐, AP통신 등은 펠로시의 연설이 1909년 관세법을 둘러싸고 챔프 클라크 의원이 행한 5시간 15분 연설 기록을 깬 하원 사상 최장 기록이라고 전했다.

1909년 이전 하원에서 이보다 긴 연설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펠로시는 이날 4인치(10.2㎝)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물만 마시며 꼿꼿하게 연설을 이어갔다.

그의 연설은 다카 수혜자인 이른바 '드리머'(DREAMers)들에게 입법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하는 데 집중됐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뒤 서류 미비자로 살아온 그들의 삶을 동료 의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펠로시는 설명했다.

펠로시의 이날 마라톤 연설은 전형적인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와는 거리가 있었다.

펠로시의 항의에도 미 상원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원내대표는 2년 기한인 장기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미 언론은 펠로시의 연설을 '다카버스터'(다카 입법을 위한 필리버스터)로 지칭하기도 했다.

펠로시는 미국 시민이 되고자 열망하는 드리머의 사례를 끝없이 열거했다.

때로는 독립선언문 구절도 인용하고, 의원들이 온종일 기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톨릭 신자인 펠로시는 "교황에게서 받은 내 묵주를 가져와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원은 연설 말미에 이르러 간간이 목소리가 떨리고 더듬거리는 등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또 1909년 최장 연설 기록을 깼다는 의회 사무처의 쪽지를 보며 잠시 연설을 멈추기도 했다.

펠로시의 대변인 드루 해밀은 "얼마나 오래 연설할지 모르겠지만 충분한 물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펠로시는 미 공화당 하원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에게 드리머를 구제할 수 있는 입법을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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