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창동계올림픽] 아프리카의 '쿨러닝'은 계속 된다

나이지리아·가나 스켈레톤, 나무 썰매 직접 만들어 연습…대회 출전비 없어 모금 운동

지난 6일 평창선수촌 입촌식에서 전통 음악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추며 활짝 웃고 있는 나이지리아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지난 6일 평창선수촌 입촌식에서 전통 음악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추며 활짝 웃고 있는 나이지리아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아프리카 선수들이 혹한을 뚫고 질주한다?'

동계스포츠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기후 조건상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이 강호로 군림 중이다. 동계올림픽도 이들의 주무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신선한 도전이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판 '쿨러닝'이라 불리는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그들이다.

영화 '쿨러닝'은 열대 기후 국가인 자메이카 출신 남자 육상 선수들의 봅슬레이 도전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이들의 실화를 필름에 담았다. 순위와 관계없이 갖은 어려움을 딛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자메이카는 30년 만인 올해 다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이번엔 여자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선 자즈민 펜레이터 빅토리안과 케리 러셀, 남자 스켈레톤에선 앤서니 왓슨(29)이다. 이들은 30년 전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 4명의 뒤를 잇는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꿈을 이루려는 의지와 도전 정신은 아프리카로 이어졌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뜨거운 사막과 드넓은 초원을 떠올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여성 선수 3명은 봅슬레이, 1명은 스켈레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아크와시 프링퐁은 가나에서 처음으로 스켈레톤 경기에 출전한다.

아디군, 아쿠오마 오메오가, 은고지 오누메레 등 3명이 아프리카 최초로 봅슬레이 종목에 도전한 나이지리아 선수들. 사실 이들이 무더운 나이지리아에서 나고 자란 건 아니다. 모두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이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림을 보고 직접 만든 나무 썰매로 연습했고, 장비 구매와 대회 출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모금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별로 없다. 캐나다계 나이지리아인으로 스켈레톤 대표인 시미델레 아데아그보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은 웃으며 희망을 말한다. 봅슬레이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아디군은 "사람들이 우릴 보면서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프링퐁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네덜란드에서 육상에 입문했다. 200m 종목에서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할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부상으로 런던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스켈레톤으로 종목을 바꿔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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