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이재민 임시 구호소인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들은 주차장에 걸린 구호소 폐쇄 알림 현수막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현수막에는 '2월 10일 중식 이후 운영 종료'라는 빨간 문구가 있었다.
이재민 박상현(58) 씨는 "집을 마련해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는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이 맨션 주민 58가구 140여 명은 포항 지진에 집 바닥과 외벽이 갈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박 씨는 "건물을 받치는 지하 기둥은 크게 손상되지 않았지만, 1층과 2층의 손상 정도가 커 다시 한 번 규모가 큰 지진이 오면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이재민은 "지난 2일 집에 잠시 가서 옷을 갈아입을 때 규모 2.9 여진이 와 불안감에 온몸이 떨렸다.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털썩 주저앉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런 집에 들어가 살 수 있겠나"라고 했다.
체육관에는 한미장관맨션 주민 58가구 140여 명, 대웅파크 13가구 20여 명과 단독주택 주민 등 170여 명이 머무르고 있다. 임시 구호소가 폐쇄되면 이들은 불안감에 잠들지 못하는 집으로 가거나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포항시는 지난달 31일 임시 구호소 폐쇄 방침을 정한 뒤 지난 1일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한미장관맨션 주민 등을 포함한 다수의 이재민은 '지열발전소 폐쇄' 등을 외치며 서울로 상경집회를 떠나고 60~80대 20여 명밖에 없었다. 설명회를 마친 공무원들은 이날 비어 있는 텐트 57개를 치워버렸다.
이재민들은 자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텐트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재민들은 포항시장이 방문해 약속한 안전진단 재검사가 완료되는 시기까지라도 임시 구호소에 있게 해달라고 했다. 이강덕 시장은 최근 한미장관맨션 주민 등과 만나 "이재민이 원하는 업체를 통해 안전진단 재검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10일 임시 구호소 폐쇄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
포항시 관계자는 "봉사자도 공무원도 모두 너무 지쳐 있다"며 "폐쇄가 강제집행하듯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재민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대화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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