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창올림픽] 시골 상가 외국인 우르르, 평창 특수 시작됐다

강릉 삼겹살집 테이블 꽉 채워, 자리 못 잡은 미국인 발길 돌려 "내일 또 올 것"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9일 강원도 평창 지역민들이 평창에 도착하는 성화를 기다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9일 강원도 평창 지역민들이 평창에 도착하는 성화를 기다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자리가 없어요. 20분 이상 기다리셔야 해요."

지난 8일 오후 7시 강릉 유천택지 내 한 삼겹살 구이집. 식당 안으로 들어서려던 외국인들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0여 개에 달하는 테이블은 이미 꽉 찬 상태였다. 미국에서 왔다는 샘 스미스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방문했는데 한발 늦었다"며 "오늘은 건너편 가게에서 치킨을 먹고 내일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소고기 구이집도 이미 만원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존 맥베드 씨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며 "갓 구운 소고기와 동치미, 된장찌개까지 완벽하게 맛있다"고 극찬했다. 가게 종업원은 "손님의 80% 이상이 미디어촌에서 나온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전 문을 연 한 포장마차 주인은 "이런 시골에서 외국인들이 몰려다니는 광경을 언제 또 보겠느냐. 현재 영업하는 가게들은 거의 다 매출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가 넘자 칼바람이 부는 택지 골목에 3, 4명씩 무리 지은 외국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식사를 한 뒤 인근 편의점에서 가볍게 장을 보거나 맥주를 마시러 나온 이들이었다. 일부는 생필품이 담긴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미디어촌 쪽으로 향하기도 했다. 아직 상가 조성이 덜 된 탓에 유천택지 곳곳에 빈 가게가 보였지만 문을 연 가게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대부분 빼곡히 찼다.

평창 횡계로터리와 올리브 상가에서도 이날 저녁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외국인들과 더불어 자원봉사자 및 운영인력들이 거의 매일 밤 시내로 나와 평창의 정취를 즐겼다. '오삼불고기 거리'는 향토 음식을 맛보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횡계로터리의 한 치킨집 사장은 "거의 매일 밤 조촐한 파티가 열린다고 보면 된다. 서로 배지와 선물을 교환하며 올림픽을 즐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알파인 경기가 열리는 정선에서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장과 시내가 멀어 아직은 한산한 분위기지만 11일 첫 경기가 시작되면 고드름 축제와 맞물려 정선 5일장 인근을 중심으로 올림픽 특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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