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로시간 마음대로 줄이고 수당 기본급에 포함

최저임금 인상 회피 꼼수 기승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 입주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달 회사 측으로부터 수상쩍은 요구를 받았다. 회사 측 관계자가 A씨를 따로 불러내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라"며 관련 서류를 내민 것. 동의서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상여금을 전액 삭감하고 이를 시급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이를 거절했지만 회사 측은 집요하게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했다. 정년퇴직 후 촉탁계약직으로 근무하길 원하는 고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서명을 받았고, 이들이 다른 직원들을 압박하도록 유도했다. 이 업체는 결국 직원 절반 이상의 서명을 받아 상여금을 모두 기본급으로 전환하고 법정최저임금을 맞췄다.

#3년차 직장인 B씨는 지난해 말 "퇴직금을 중간정산해주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받았다. 고작 3년 만에 퇴직금을 정산받을 이유가 없는데다 회사 측이 먼저 요구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노동상담소에 이 문제를 신고한 B씨는 "계산에 밝지 못한 사장이 기본급 인상 전에 미리 퇴직금을 정산하면 돈을 덜 줘도 된다고 착각한 것 같다"면서 "상여금이 없어 편법을 동원하기 어렵게 되자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 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역 최저임금 위반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31건으로, 지난해 12월(15건)과 11월(14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하거나 상여금'식대 등 각종 수당을 삭제하거나 기본급화하는 사례가 각각 15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전국 상담사례 115건 중에 각종 수당의 기본급화가 26건으로 22.6%를 차지했다. 또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이 20건(17.3%)을 차지했다.

최저임금제도를 아예 지키지 않거나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해고하는 사례도 17건(14.7%)이나 됐다. 실제로 대구 법인택시의 경우, 임금이 지급되는 소정근로시간(노사가 합의하는 근로시간)을 월 160시간에서 145시간으로 15시간 줄여 임금 인상분을 상쇄시켰다는 비판(본지 3일 자 1면 보도)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대구본부 측은 "노동당국은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사용자의 탈법을 조장하는 노무사 행정지도를 단속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고자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를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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