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사회적경제 10년, 그 성과와 전망

10여 명의 직원이 깔끔한 위생복을 입고 초록색 새싹채소에 빈틈없이 물을 주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전국에서 새싹채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 작년 경상북도 사회적경제대상을 받은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이다. 이곳은 전체 고용인원 70여 명 중 청각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 고령자, 새터민 등 취약계층이 60여 명을 차지한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청년실업과 사회양극화, 노인빈곤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제로서 사회적경제가 현 정부 들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자본주의 체제가 발생시키는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중심의 경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간혹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오해하거나 좌파적 어젠다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큰 착각이자 몰이해이다. 사회적경제는 사상이나 이념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영국의 경우처럼 오히려 보수정당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한다. 서구 선진국들은 나라마다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미 사회적경제가 튼실하게 뿌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사회적경제 육성 노력들이 작년을 기준으로 만 10년을 보냈다. 그간 우리 경상북도에서도 사회서비스 분야와 농'식품 중심의 일부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지역과 주민 중심'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활발히 육성되었으며, 주목할 만한 성과들도 거두었다.

2017년 경상북도 사회적기업 사업보고를 기준으로, 조사 대상 178개 기업은 전체 근로자 2천96명 중 무려 60.1%(1천259명)를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으며, 여성 근로자 비중이 약 60%, 청년 근로자가 37.7%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 여성 대표자 비중이 26.4%, 20'30대 청년 대표자 비중이 전체의 20.8%를 차지하고 있어, 청년과 여성 문제에 있어서도 사회적경제가 확실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더불어, 국내 500대 기업이 매출액 4억3천만원당 1명을 고용하는 데 반해 경상북도 사회적기업은 매출액 9천300만원당 1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30만 명이 넘는 지역 취약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문화예술, 돌봄서비스 등의 사회서비스를 무상 또는 크게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였다.

고향으로 돌아와 사회적경제를 매개로 창업하는 '연어형 청년'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주민 공동체를 근간으로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유지하면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 모델들도 눈에 띈다. 젊은 여성이 들어와도 살기 좋은 농촌 마을을 꿈꾸며 의기투합한 가임기 여성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에게 사회적경제의 원리와 정신이 냉정한 시장원리를 넘어서는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동체의 이익 실현과 사회 공헌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의 육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사회적경제를 이끌어갈 전문 인력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공공조달이나 민간시장에서의 판로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홍보'마케팅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대부분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지만, 또한 무엇보다 대중 소비자들의 관심도 이제 '윤리적 생산자'로 조금씩 이동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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