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늦은 시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이날 남자 루지 싱글 3·4차 주행 경기가 열렸는데, 경기장 스타트 라인(탑)부터 피니시 라인까지 수천 명의 관람객이 슬라이딩 코스를 따라 곳곳에서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경기장을 잘못 찾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관중으로 북적이는 루지 경기장
루지는 그리 널리 알려진 종목이 아닌 데다 오후 11시가 돼야 경기가 끝난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루지 경기를 보러 왔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터라 놀라움이 더욱 컸다. 더군다나 이날은 수은주가 -15℃ 아래로 뚝 떨어져 살을 에는 듯한 맹추위와 강풍이 기승을 부렸다. 잠시도 손을 장갑이나 주머니에서 빼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면서 연방 사진을 찍는 등 즐거워했다.
사실 루지는 우리나라에선 인기 종목이 아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슬라이딩 종목인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선수 중 금메달 유력 후보가 있는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종목과도 달랐다.
그런데도 남녀노소, 심지어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서까지 루지 경기장을 찾아 '루지 삼매경'에 빠져 있는 관람객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순간 슬라이딩 종목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주목을 받았던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에 비해 루지의 관람객이 적을 거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졌던 사실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경기장 측에서도 이렇게 많은 관람객을 예상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슬라이딩센터 매점마다 메뉴가 모두 동나 줄을 선 손님들에게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곳 메뉴인 떡볶이, 어묵, 컵밥, 피자 등 모든 음식이 매진됐다.
기자 역시 이날 식사를 못해 이곳 매점을 찾았다가 그대로 발길을 돌릴 뻔했다. 가까스로 마지막 하나 남은 컵라면 하나를 손에 쥐고는 돌아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한 매점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이렇게 많이 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해 음식 준비가 부족했다"며 "혼자 영업하다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생동감 넘치는 루지 경기 현장
슬라이딩 경기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스릴 넘쳤다. 애초 스타트, 피니시 라인 쪽을 제외한 모든 트랙의 코스는 완전히 통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위에서 출발하면 순식간에 내려갈 텐데, 가서 뭐 볼 게 있겠나', '도착지점에 서서 내려오는 선수의 경기 전경을 멀리서 볼 수 있거나 모니터를 통해 봐야 하는 정도 아니겠나'고 생각했던, 무식한(?) 예상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오히려 출발·도착지점보다 트랙을 따라 내려오면서 바로 코앞으로 쏜살같이 미끄러져 지나가는 선수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훨씬 쏠쏠하고 짜릿했다. U자형 홈 형태로 돼 있는 트랙을 따라 활주하다가 절벽처럼 꺾인 커브를 지나는, 아찔한 장면을 바로 앞에서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트랙을 따라 낮은 펜스를 설치해 넘어가지 못하도록 한 것 외에는 완전히 개방돼 있어 눈앞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트랙 질주를 만끽할 수 있었다. 1㎞ 정도만 걸을 준비가 됐다면 출발·도착지점을 오가며 선수들의 경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속도감 있게,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중간 중간 경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다만 선수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 스마트폰 사진으로 질주의 순간을 담기가 쉽지 않은 점은 아쉽다. 그러나 사진 촬영 성공을 위해 계속 도전하다 보면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더욱 매력이 넘친다.
한편 루지는 발을 앞쪽, 얼굴을 하늘로 향한 자세로 소형 썰매를 타고 트랙을 따라 1,000~1,500m를 활주하는 스포츠다. 한 명씩 타는 종목은 싱글, 두 명씩 타고 출발하는 2인승 종목은 더블이라고 한다. 싱글 종목은 이틀 동안 4번 주행한 기록을 합산하고, 2인승과 팀 릴레이는 하루에 각 2번과 1번 주행한 기록을 더해 순위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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