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칭찬합시다

'e나라도움'이 말썽이다. 문화계에 도움이 되고자 만들었을 텐데 한국 문화계의 적폐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작년 e나라도움 사용이 어려워 지원을 받고도 사업을 포기한 사례가 이전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구문화재단 출범 후 몇 번의 시스템 변화가 있었지만 잘 적응했다. 근데 e나라도움은 이전 시스템과의 연속성이 없었다. 인터넷의 발전은 사용자 위주로 바뀌고 있는데 e나라도움은 반대로 관리자 위주로 바뀌었다. 너무 어려워 처음으로 지원받은 것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어렵게 받은 지원을 포기하면 다음 해에 지원 자격이 박탈된다는 걸 아는데도 말이다.

거기다 더 황당한 건 e나라도움은 전화 문의가 안 됐다. 너무 많은 전화 문의로 모든 전화가 통화 중이라는 알림만 듣고 있어야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서 팝업창이 동시에 몇 개가 떴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하고 화가 났다. 도저히 혼자 해결할 수가 없어 대구문화재단에 전화를 했다. 대구문화재단에 직접 방문해서 함께 문제점을 해결해 보자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담당 직원과 약속 시간을 잡고 필요한 서류 등을 전달받았다.

다음날 서류를 꼼꼼히 챙겨 대구문화재단을 방문했다. 막상 갔더니 나 같은 사람이 더 있었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내 차례가 되어 컴퓨터 앞에 직원과 함께 앉아 차근히 입력했다. 그런데 숙달된 직원이 하는데도 프로그램이 다운되어 몇 번이나 지우고 깔고 지우고 깔고를 반복했다. 직원도 도움받을 것이 있어 e나라도움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역시 e나라도움과는 통화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 속을 몇 번 뒤집어 놓고 나서 결국 해결했다. 그리 길지 않은 일처리 시간에도 옆의 직원은 전화로 계속 상담을 했다. 바로 옆이라 통화를 듣게 되었는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e나라도움에 대한 불만과 하소연을 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 어제의 나처럼 말이다.

이 일을 다 처리하기까지 모두 세 번 대구문화재단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전문적인 도움을 친절함 속에 받았다. e나라도움이 문제를 만들었다면 그 문제 해결을 대구문화재단 직원들이 하고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e나라도움. 문화, 예술계 전체가 보이콧하고 심지어 서명운동까지 하며 반대하는데도 2018년도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아마 나는 올해도 대구문화재단에 자주 방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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