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중구의회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통과시켜야

대구 중구청이 2년째 표류하고 있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이하 조례) 제정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조례 제정이 속절없이 지연되고 있는 사이 김광석길, 근대골목, 약령시 등 명물거리에서는 원거주자와 상인들이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대구 도심의 명물거리를 지켜내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차원에서 조례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구청은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묶는 내용의 기존 조례안이 주민 저항을 불렀다는 점을 감안해,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구청이 시설보수'환경개선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조례안을 마련했다. 구의회와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함인데, 이 같은 방식의 새 조례안을 만든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기존의 젠트리피케이션 조례안에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새 조례안에 포지티브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관건은 구의회와 주민 설득이다. 2년 전 조례 제정 추진 때는 명분과 당위성만 믿은 나머지 구의회 및 여론 설득을 위한 중구청의 정무적 노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반대 일색이던 구의회 분위기가 이번에는 찬반이 엇갈릴 정도로 변화의 기색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의원들이 주민 여론에 여느 때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점인 만큼 중구청은 새 조례안을 구의회에 제출해놓고 통과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중구의회도 재산권 침해라며 젠트리피케이션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을 무조건 막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이미 김광석길, 근대골목, 약령시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구용역을 보면 김광석길의 경우 5년 사이 공시지가가 24% 오르고 평균 임대료가 3배 올랐다. 이대로라면 대구 도심의 명물거리는 음식점과 카페만 넘쳐나는 '몰개성' 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구의회는 중구청과 머리를 맞대고 조례안 제정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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