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교육수도 대구와 아이들 미래

대구를 교육수도라고 합니다. 평생 교육 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교육수도 대구를 가꾸어 나갈 대구시교육감 선거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신문과 방송을 보면 김사열, 강은희, 이태열 후보를 비롯해 여러 분들이 대구시교육감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감이 되고자 하시는 분들께 감히 당부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평생 교육 공무원으로 살았으며, 정년퇴직한 뒤로는 대구시 북구의 한 중학교에 사서로 자원봉사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여름방학 중인데, 아이들은 뜨거운 햇볕을 마다하지 않고 학교도서관으로 찾아옵니다. 겨울방학 중에는 칼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찾아와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라'고 노래를 불러도 읽지 않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방학 중에도 스스로 찾아와 책을 읽고, 책을 빌려 갑니다.

저는 '좋은 사회가 좋은 교육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심지어 시험 기간에도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찾아와 책을 읽고, 책을 빌려간 까닭 중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저의 태도와 방식이 한몫했다고 믿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이 책, 2학년은 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관심사를 파악하고, 독서를 통해 관심 분야를 폭넓게 알게 하고, 관련 분야 책을 소개함으로써 독서 범위를 조금씩 넓히도록 권유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대의 경제수준으로 남부럽지 않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분야가 세계 상위권입니다. 그러나 교육 분야의 성취도는 하위권입니다.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진학과 취업을 위한 학원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품성은 갈수록 메마르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교육이 후진적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교육감 선거에도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이 화두가 되어 버립니다. 보수면 어떻고 진보면 어떻습니까. 누가 우리 아이들을 더 사람답게, 더 행복하게 가꾸어 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념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 있는 아이로 키워낼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더불어 자식 키우는 부모가 사교육비 대느라 골병들지 않고, 자식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선진국의 교육은 '수직적 서열화보다는 수평적 다양화'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일본, 영국 등의 교육 체계는 학생들 간의 경쟁이라는 틀 속에 있습니다. 우리도 이들과 같은 궤도에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행복하다는 대다수 유럽시민사회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요시하며 학생들의 인권과 복지, 공교육 강화와 각 분야에 쓰임새가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시험을 통해 학생을 자꾸자꾸 걸러내는 교육이 아니라, 한 명도 낙오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선진 각국이 지향하는 교육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명문대 많이 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현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만을 강조하는 후진형 교육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처럼 경제와 문화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사회가 가질 태도는 아닙니다. 이제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조금 모자라는 아이들을 채워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물론 교육감 한 사람만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구가 교육수도라면, 미래지향적 철학을 가진 교육감이 탄생하기를 염원합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