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 호흡 조절을 하고 있다. 남북대화가 당장 개최될 것 같이 목소리를 내는 국내외 일부 여론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알펜시아리조트 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 취재진을 격려한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뒤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로 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데 대해 정치권'언론의 기대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미 간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현실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특사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초청 의사를 전하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은 남북 정상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 데 있어서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불편해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2000년 6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었고, 2007년 10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역시 북한에 강경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실현됐다. 게다가 그해 2월 북한 비핵화 초기단계 조치를 담은 6자 회담 2'13 합의까지 나오면서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서둘러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보다 미국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조성된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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