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4월 28일 대구에서는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참사가 발생했다. 굴착기가 잘못 건드린 가스관에서 누출된 가스가 폭발해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전대미문의 비극이었다. 이 사고는 국내 도시들이 지하 매설물 지리 정보 시스템 구축에 나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대구시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땅밑 지도'를 구축해 놨는데 정작 민간업자들 사이에서 이를 못 믿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는 상'하수관, 전기, 가스, 통신 등 7개 분야에 걸쳐 지하 매설물의 위치를 도면만 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통합지리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구시가 직접 관리하는 상'하수관을 제외한 나머지 매설물의 경우 관리 주체가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자료의 외부 반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민간업자가 지하 매설물 지리 정보를 파악하려면 시청을 직접 방문해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무색게 하는 서비스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시청에서 열람 가능한 땅밑 지도가 1천분의 1 축척에 불과해 정확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짚고 싶다. 지하에 매설된 시설의 위치 정보가 실제와 10~20㎝만 달라도 굴착 실수에 따른 대형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1천분의 1 축척 지도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구시의 지하 매설물 통합시스템은 참고 자료에 불과할 뿐이어서 현장에서는 업자가 공사 전에 따로 시행 굴착을 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할까.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지하 매설물에 전자정보(RFID) 태그를 부착하도록 도로법을 개정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구시는 서울 등 타시도와 달리 여태껏 미루고 있다. 가스 폭발 참사를 겪은 대구는 지하 매설물 정보 관리에 관한 한 여느 도시보다 앞서나가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구의 땅밑 지도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대구시는 이제라도 시민 안전을 위해 땅밑 지도 시스템 완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대구에서는 열 길 물속 모르더라도 한 길 땅속을 환히 알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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