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드뉴스] 평창의 눈물

각자의 사연을 담다

 

가슴 찡한 올림픽 눈물. 그 속엔 이야기가 있다.

'고마움의 눈물'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울지 않았던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이 이용 감독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지난 17일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윤성빈은

이용 감독에게 금메달을 직접 걸어주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이 감독은 예상치 못한 제자의 행동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윤성빈 역시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성빈이가 갑자기 금메달을 걸어줘서 울컥했다. 훌륭한 제자 덕에 행운의 지도자가 됐다" -이용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감격의 눈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관객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격려했다.

그리고 이상화는 태극기를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 끝났구나,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슬픈 것은 아니었다"

고통을 이겨내며 달려온 노력의 결실을 마침내 평창에서 거뒀다.

 

최선을 다해 경쟁 한뒤 서로를 인정하는 빙속 여제들의 모습도 큰 울림을 전해줬다.

뜨거운 경쟁을 펼친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이 전 세계를 감동하게 했다.

"메달이 확정된 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갔다.

둘은 국기를 들고 함께 빙판 위를 달렸다. 이것이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이겨도 져도 항상 '무표정' 으로 일관한 얼음공주 최민정.

그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의 눈물을 쏟았다.

 

"두가지 눈물"

13일. 최민정은 자신의 첫 종목이었던 500m 결승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처리됐다.

경기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밀었다는 심판의 판정.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최민정.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1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

최민정은 골인 지점까지 1바퀴를 남겨놓고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리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코치에게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나흘 전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당장 올림픽이 코앞인데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수술하지 않겠다" 였다.

늘 담담하던 그는 4번의 주행을 모두 마친 뒤 눈물을 터뜨렸다.

한국 루지 '1세대' 성은령이다.

 

이번 올림픽서 성은령이 기록한 18위는 한국 루지가 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그럼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성은령.

독일에서 귀화한 에일리 프리쉐가 이날 8위에 오르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비인기 종목,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길을 성은령은 묵묵히 걷고 있다.

 

고마움, 아쉬움, 감격… 눈물의 이유는 각자 다르다.

하지만 선수들이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 올림픽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울지마. 넌 이미 전설이야"

 

 

제작 : 임소현 hyon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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