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외로움담당 장관' 직을 신설했다.
"행정은 정의될 수 없고 다만 기술할 뿐이다"라는 격언이 요즘처럼 와 닿을 때가 없다.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것을 보수당이 추진한 것을 보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보수도 진보도 없는 모양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상위권인 우리나라도 많은 이들이 외로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고독사하기도 한다. 특히, 1인 가구 비율이 약 27%로 고독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 스스로 혼자이기를 원하는 문화도 팽배하다. 그래서 항간에 이런 말도 떠돈다. "함께 있으면 괴롭고, 혼자 있으면 외롭다."
늘 타인의 평판을 의식하고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는 스스로를 괴롭게 하고, 내면의 고립감을 심화시켜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마크 트웨인은 "최악의 외로움은 자기 자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고령 국가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외로움 비즈니스'가 번성하고 있다.
한 슈퍼마켓 체인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배달서비스뿐 아니라 전구를 갈아주거나 잔디를 깎아주는 등의 일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또한, 포옹과 대화만 가능한 애인대행 서비스, 가족대행 서비스, 안부전화 걸어주기 등의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외로움이나 고독사의 문제는 전통적인 공동체 해체 이후 등장한 것이므로, 지금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은 경제나 정치논리에 기댄 대단위 토목공사 위주의 재개발이 아니라 회복과 재생의 관점에서 해체된 지역의 커뮤니티를 복구하고 골목상권 활성화 등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방식으로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외로움에 대한 글을 쓰니 문득 가수 남진의 노래 '빈잔'의 가사가 생각난다.
"외로운 사람끼리 아~ 만나서 그렇게 또 정이 들고 어차피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것, 그대여 나머지 설움은 나의 빈 잔에 채워주오."
옆사람의 빈 잔을 행복으로 채워주자. 빈 잔을 행복으로 채워줄 사람이 없다면 국가가 채워줘야 한다. 아랍에미리트에는 '행복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다고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수많은 학자들이 정의했지만 그중 가장 공감되는 것이 하나 있다.
"개인은 국가와 두 가지 관계만을 맺고 있을 뿐이다. 보호를 받거나 고통을 받는 관계."
국가여! 외로운 자의 빈 잔을 채워주고 건배사를 이렇게 한번 외쳐보자.
"국가는 국민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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