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김민석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
남들과 다른 길 개척 메달 획득 쾌거
상식 관행 벗어나야 금융혁신 가능
규제완화 통해 새로운 길 가게 해야
올림픽은 항상 감동을 준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예외가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달을 딴 19세 소년 김민석 선수의 이야기다. 체력도, 스피드도 좋아야 하는 1,500m는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그 무대를 독차지하고 있다. 김민석 선수의 발은 볼이 넓고, 발등이 두터워 타고난 '장사'의 발이라며 다들 단거리를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스타트가 늦어도 후반부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어 더 재미있게 생각한 중장거리를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아 '괴물'로 불렸던 그는 허벅지 근육이 세 번이나 파열될 정도의 노력 끝에 큰 이정표를 세우면서, 이제야 자기 별명인 괴물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엎드려(?) 타는 썰매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의 이야기도 깊은 울림을 준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굵은 허벅지를 가진 '스켈레톤 괴물'이라 불리는 윤 선수는 2012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지만, 스켈레톤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6년 만에 평창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노력으로 개척하면서, 순발력이 뛰어나 스타트가 강한 본인의 장점을 스켈레톤에서 잘 활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어찌 이 두 선수뿐이랴. 김연아, 이승훈 선수 등도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값진 결실을 거두었다. 꼴찌를 해도 어떠랴. 봅슬레이 원윤종 선수, 컬링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등 일일이 거론하지 못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우리가 성공 가능성조차 의심하게 하는 분야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그 길을 개척하고 노력해 왔다.
이들의 이름 앞에 괴물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은 그 분야의 성공 자체도 의문시되지만 그에 관계없이, 개척하고 노력하는 데 있어서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의 괴물 고 정주영 회장도 조선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의 수주를 받아 배를 만들어 띄웠다. 이러한 개척과 노력이 혁신이다. 때로는 운도 따라주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혁신이다. 금융혁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 혁신은 대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지도 않는 것을 하는 것이 혁신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지만, 금융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인 신용카드도 다이너스카드가 195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요즘은 신용카드가 없으면 일상 거래에서 불편할 정도이다.
미국의 요구불예금인 NOW 계정도 금융혁신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60년대 미국 정부가 예금이자를 규제하면서 은행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단순히 개인 당좌예금의 명칭만을 NOW 계정으로 바꾸어 이자 규제를 피해 경영난을 벗어난 바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는 노출되면 안 된다는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네트워크상에서 10분에 한 번씩 만드는 거래내역 묶음이 블록(block)이고, 이 블록들 전체가 블록체인이다. 거래장부를 분산처리하는 블록체인은 기존 관행과 달리 한 관리자가 아니라 수많은 공동 관리자가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혁신을 빠른 속도로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핀테크는 금융과 IT 기술의 결합이다. 기존의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기업들이 핀테크를 주도할 수도 있다. 아마존, 구글 등 I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시장은 지급 결제 등에서 기존 관행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대학의 라구람 라잔 교수는 "금융산업에 필요한 것은 규제와 보호가 아니다. 혁신, 즉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산업에서는 괴물처럼 혁신에 노력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금융혁신은 기존의 상식과 관행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새롭고, 낯선 길을 많은 괴물들이 가도록 해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기존 방식대로만 하면 미래가 없다. 실패가 두려워져선 안 된다.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발 크기이든, 허벅지 굵기이든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많은 괴물들이 새롭고 낯선 분야들을 열심히 개척하고 노력할 때 우리 금융산업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