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은반 위에서 감동의 '아리랑' 연기를 펼치며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이들은 아리랑의 애절하고 서정적인 선율에 몸을 맡긴 채 한국적이고도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여 전 세계인들에게 점수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민유라-겜린 조는 아리랑에 맞춘 환상의 프리댄스로 기술점수(TES) 44.61점, 예술점수(PCS)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댄스 점수 61.22점을 합친 총점은 147.74점으로 전체 20팀 가운데 18위를 차지했다. 비록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챌린저 시리즈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 대회에서 받은 자신들의 공인 최고점 152.00점에는 못 미쳤지만, 민유라-겜린 조는 한국 아이스댄스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복 저고리를 변형한 연분홍색 상의와 한복 치마를 연상시키는 진분홍색 하의를 입은 민유라와 역시 한복을 변형한 하늘색 상의와 짙은 푸른색 바지를 입은 겜린은 등장 자체만으로도 관중석을 술렁이게 했다. 이어 배경음악인 소향의
'홀로 아리랑' 선율이 나오고 민유라-겜린 조는 한국 무용을 연상시키는 안무를 시작했다. 이들의 눈빛과 표정뿐 아니라 손끝과 발끝에서도 애절함이 묻어나왔다.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는 아리랑에 맞춰 선수들이 어려운 리프트와 스핀 동작을 할 때마다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관중석에선 다른 날보다 태극기를 흔드는 한국 관중이 많이 눈에 띄었고, 한복을 입고 온 관객도 있었다.
민유라와 겜린은 아리랑 연기를 선보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을 준비할 당시 아리랑의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만류가 심했다. 그럼에도 민유라와 겜린은 아리랑을 고집했고, 결국 아리랑 연기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또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는 원곡 '홀로 아리랑'의 가사 속 '독도' 구절이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3초간 삭제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 눈을 뗄 수 없는 연기 속에 가사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민유라-겜린 조는 관중과 함께 호흡하며 그토록 바라던 아리랑 연기를 멋지게 마쳤다. 연기가 끝나고 두 선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관중은 긴 박수로 감동 연기에 화답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민유라는 "팬들의 응원이 너무 좋아서 정말 쉽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에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나도 큰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고집한 '아리랑'을 올림픽까지 와서 연기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환히 웃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얻은 미국 태생의 겜린은 한복을 입고 연기하는 것에 대해 "태극기를 달고 스케이트를 타는 기분"이라며 "이걸 입음으로써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한편 이날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 조가 총점 206.07점으로 금메달을, 프랑스의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즈롱 조가 총점 205.28점으로 은메달, 미국의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 조가 총점 192.59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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