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충격의 날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부딪히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기대했던 금메달을 하나도 거머쥐지 못했다.
한국 쇼트트랙 남녀 대표팀은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500m,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 잇따라 출격했으나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데 그쳤다. 첫 번째 경기였던 남자 500m에서 이 종목 사상 첫 2개의 메달이 나온 데 만족해야 했다.
남자 500m 결승에서 '고교생 스케이터' 황대헌(부흥고)이 은메달을, 임효준(한국체대)이 동메달을 따냈다. '취약 종목'인 남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것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성시백이 은메달을 따낸 이후 8년 만이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우다징이 처음부터 선두를 달리며 레이스를 이끄는 가운데 황대헌과 임효준이 뒤쫓는 양상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경기는 뒤집히지 않았고 우다징이 39초584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가장 먼저 골인, 이번 대회 중국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어 황대헌이 39초85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임효준이 39초919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여자 대표팀의 '쌍두마차'가 나섰다. 심석희(한국체대)와 최민정(성남시청)은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 나란히 출격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심석희와 최민정이 서로 부딪히며 둘 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9바퀴를 도는 레이스 마지막 바퀴에 일어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와 동시에 최하위에 있던 최민정이 외곽치기로 가속을 붙였다. 심석희 역시 속도를 끌어올리는 순간 뜻하지 않은 사고가 벌어졌다. 마지막 바퀴를 남겨놓고 최민정이 첫 번째 코너에서 안쪽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심석희와 부딪혔다. 둘은 그대로 미끄러지면서 안전 펜스와 충돌했다.
한국 선수 2명이 탈락하면서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쉬자나 스휠팅(1분29초778)이 차지했고, 킴 부탱(캐나다'1분29초956)이 은메달,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1분30초656)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처리됐고, 최민정은 4위로 밀렸다.
불운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에까지 이어졌다. 남자 5,000m 계주에 나선 남자 대표팀의 곽윤기(고양시청), 서이라(화성시청), 김도겸(스포츠토토), 임효준(한국체대)은 경기 중반 임효준이 넘어지면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호시탐탐 선두 중국 추격 기회를 엿보던 중 20여 바퀴를 남기고 임효준이 아웃코스로 중국을 추월해 잠시 선두로 올라섰으나 임효준은 터치 직전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임효준은 급히 일어나 달려온 곽윤기와 터치를 했으나 이미 앞 선수들과의 간격이 한 바퀴 가까이 벌어진 후였다.
경기 후 남자 대표팀의 김도겸은 "정말 준비를 열심히 했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준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자고 했는데 결과가 나빴다"며 "준비한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곽윤기도 "이번에는 꼭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했고, 서이라는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패했다. 많은 성원을 받았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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