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0억원 사기당한 상주시, 항소심서 12억원 건졌지만…

2009년 음식처리기 설치 업자 말에 속아…무능 행정에 시민들 참담

'신공법'이라는 업자의 말에 속아 검증 없이 80여억원 규모의 하수'음식물처리시설을 설치한 상주시가(본지 2016년 9월 1일 자 보도) 업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대구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진성철)는 22일 "H시공사는 상주시에 12억1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 배상액 7억8천만원보다 4억3천만원이 늘어난 것이다.

얼핏, 상주시민 입장에서 희소식으로 보여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참담하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2009년 상주시는 '악취가 나지 않는 신공법'이라는 시공업자 제안에 넘어가 낙동면 축산폐수처리장에 80여억원을 들여 하수'음식물 처리 시설을 설치했다. 2012년 준공해 시설을 가동해보니 악취와 화재가 끊이지 않았고, 민원이 빗발쳤다. 추가로 1억8천만원을 들여 악취 방지 시설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어 2013년 9월 가동을 중단했다. 상주시는 큰돈을 들인 시설을 세워둔 채, 다른 업체에 하수 슬러지 처리를 위탁해야만 했다.

상주시는 이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했다. 2014년 8월 상주시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파악에 나서면서 이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특위는 이 사업의 시공에 책임이 있는 업체와 관계 공무원 등을 감사원에 감사청구했다. 그제서야 상주시는 시공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감사원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소송의 승소로 상주시는 사업비의 일부는 돌려받게 됐지만 문제의 시설은 준공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동을 못하고 있어 혈세 7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상주시의회와 시민들은 국민 세금을 헛되이 없애버린 데 대해 3년 전부터 관련자 책임과 상주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주시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2009년 7월 사업 제안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 이정백 상주시장은 "자신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담당 공무원을 믿고 사업을 맡겼을 뿐이다"는 입장이다. 2012년 준공 허가를 내준 성백영 전 시장은 "전임 이정백 시장이 계약해 놓은 사업을 완공시켰을 뿐"이라고 했다.

소송을 주도한 정갑영 상주시의원은 "이번 사건은 상주시의 무능하고 무사안일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상주시의회의 문제 제기가 없었더라면 12억1천만원도 돌려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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