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리그가 불참한 사이 세계 2위 리그가 아이스하키 세계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는 이번 대회 남자 아이스하키 돌풍을 일으킨 독일을 연장 접전 끝에 누르고 26년 만에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OAR은 2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세계 8위 독일을 4대3(1-0 0-1 2-2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도핑 조작에 따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로 러시아란 자국 이름을 쓸 수 없었던 OAR은 '동계올림픽의 양대 꽃'으로 꼽히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알리나 자기토바)과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금메달 1개씩을 챙기는 성과를 거두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OAR은 세계 1위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주목받았다. 세계 2위인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에서 활약 중인 선수로만 25명 전원을 선발한 OAR은 파벨 댓숙, 일리야 코발축 등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앞세워 결승에서 독일을 맞았다.
OAR의 손쉬운 승리로 예측됐으나 경기 양상은 사뭇 달랐다. 8강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7위), 8강에서 스웨덴(3위), 4강에서 캐나다(1위)를 모두 1점 차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독일은 정규시간 종료 직전까지 3대2로 앞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키는 듯 보였다.
하지만 OAR은 종료 55초를 남겨두고 니키타 구세프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열린 연장전에서 독일 파트리크 라이머의 하이스틱 페널티로 4명 대 3명으로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가 OAR에 찾아왔다. 결국 연장 9분 40초에 키릴 카프리조프가 서든 데스 골을 터트리면서 올림픽 금메달은 OAR의 품에 돌아갔다. 카프리조프의 샷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OAR 선수들은 모두 헬멧을 집어던지고 빙판으로 뛰쳐나와 뜨겁게 부둥켜안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1만석 규모의 강릉하키센터를 붉게 물들인 러시아 팬들은 '러시아'를 힘껏 연호했다.
러시아가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구소련 해체 후 독립국가연합(EUN)으로 출전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처음이다. 이후 러시아로 올림픽에 참가한 뒤로는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은메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동메달을 차지한 것이 전부였다. 최근 두 대회에선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한편 독일은 비록 손안으로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금메달을 놓쳤으나 은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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