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범(39)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25일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의 결승 경기를 보며 가슴을 졸였다고 했다. 그는 여자 컬링 대표팀의 주장 김은정(28) 선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독인 개인 심리상담사다. 김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리상담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고 고마워했던 이도 바로 그다. 그는 대구 수성구 마음과 마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상담사로도 근무하고 있다.
김 교수는 김은정 선수의 초대로 캐나다와 예선전을 평창에서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김 선수는 자신이 강하고 담대한 선수가 되길 바랐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부드럽고 차분함을 잃지 말자고 다독였는데 이번 올림픽 기간동안 김 선수의 담담한 표정을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김 교수가 김은정 선수를 만난 건 지난 2015년 11월이었다. 2014 소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김 선수는 심적인 부담과 불안에 시달렸다. 김 선수는 모교인 대구대 스포츠레저학과 조민행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고, 조 교수는 마침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근무하던 김 교수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팀 별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선수 간 호흡이 중요한 컬링 종목 특성상 스킵을 맡은 김 선수는 큰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계속되는 불안과 불면증으로 기초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고 했다.
"김 선수는 '홀수해 징크스'라고도 표현했죠. 2012년과 2014년 등 짝수해에 비해 홀수해의 성적이 부진했고, 평창올림픽 출전 여부가 걸려있던 2017년 성적에 대해 불안해했어요." 컬링 종목의 인지도가 낮고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뒤늦게 찾아왔고, 컬링을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감정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와 김 선수는 경기 내적'외적 부분으로 구분해 심리치료와 상담을 병행했다. 그는 김 선수가 경기 중 실수했을 때 나타나는 몸의 반응을 관찰해 이를 줄이는 연습을 했다. "김 선수는 긴장하면 손의 감각이 없어진다는 얘길 했어요. 불안할때 보이는 행동과 실수를 한 뒤 빙판을 보는 습관 등을 줄이는 연습을 꾸준히 했죠." 훈련과 휴식을 하나로 묶어 부담감을 줄이는 방법도 동원했다. 김 교수는 비시즌에 쉬면서 해야 할 일을 찾아보길 권했고, 김 선수는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거나, 건조화(Dry Flower)를 만들기도 했다. 경기 후 스스로의 느낌을 반복적으로 기록하면서 불안감에 대처하는 연습도 했다. 다른 팀원들과 유대감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됐다. 두 사람의 노력은 평창올림픽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김 선수가 '엄격'근엄'진지'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지만 사실 얼굴 표정도 다양하고 장난끼도 많다"고 했다. "평소에는 여성스러운 옷차림도 자주 하고 직접 만든 건조화를 선물로 주기도 해요. 표정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농담도 곧잘 하고요. 하하." 김 교수는 "캐나다 훈련을 가기전에 숙면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스프레이를 건넸는데, 돌아올 때 선물로 아이스와인을 챙겨올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선수"라고 했다. 김 교수는 "모든 결실은 김 선수 스스로 해낸 것"이라며 "2022년 베이징올림픽 이후까지도 컬링의 열기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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