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텃밭 가꾸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근교의 웬만한 텃밭은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마감된다. 전업농부의 대규모 밭과 달리 소규모 텃밭은 초보자도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실패해도 부담은 적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텃밭농사에 성공하자면 텃밭을 고르는 일부터 재배할 작물을 선정하는 데까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꽤 많다. 무턱대고 아는 사람이 밭을 빌려준다고 텃밭농사를 시작하거나, 이왕 텃밭 가꾸기를 시작한 김에 값비싼 작물을 키워보겠다고 덤비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초보 도시농부들을 위한 책 '텃밭 가꾸기 대백과'(푸른지식)를 통해 텃밭을 마련하고 텃밭을 가꾸는 데 꼭 필요한 사항을 살펴본다.
◆텃밭을 고를 때 주의할 점
▷집에서 가까운 곳
텃밭을 구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집에서 얼마나 가까우냐다. 자동차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 한다면 자주 가기 어렵고 농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에는 2주일만 텃밭에 가지 않아도 풀이 놀라울 정도로 자라기 마련이다. 자주 가지 못해 텃밭이 쑥대밭이 되어버리면 엄두가 나지 않아 텃밭농사를 포기하게 된다. 농사는 규모가 크든 작든 농부가 자주 들러봐야 성공할 수 있다. 텃밭농사에서 문전옥답이란 말은 '집 앞에 있는 옥답'이라는 말이 아니라 '집 근처에 있어야 옥답이 된다'는 말이다. 텃밭은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고, 멀어도 자동차로 30분 이내여야 한다.
▷그늘지지 않는 곳
작물 재배에서 햇빛과 물은 빼놓을 수 없다. 높은 건물이나 산 그림자로 그늘이 진다거나 큰 나무가 주변에 있어 그늘지는 시간이 많다면 재배 가능한 작물 종류에 많은 제한을 받는다. 나무나 건물이 있어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 그늘이 드리우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그늘이 지는 쪽은 다소 햇빛이 적어도 되는 작물을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한 햇빛을 필요로 하는 작물: 가지과 작물, 무, 고구마, 콩과 작물, 옥수수, 딸기, 양파, 당근, 수박, 참외, 오이, 호박, 브로콜리 등
-햇빛이 다소 약해도 되는 작물: 상추, 배추, 토란, 부추, 생강, 파류, 쑥갓, 양배추, 대파, 쪽파, 시금치, 땅 두릅 등
-약한 햇빛을 좋아하는 작물: 미나리, 참나물, 머위, 곰취, 생강, 고추냉이, 파드득나물 등
▷물 사용 쉽고 토질 좋은 곳
작물 재배에는 햇빛과 토양만큼 물이 중요하다. 빗물에 의존해 키울 수도 있지만 텃밭농사는 소규모로 단기간 키우는 작물이 많은 만큼 물을 주어야 할 때가 많다. 특히 밭작물은 2주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을 타기 시작하고, 4주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생장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밭 근처에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한다. 토질은 좋을수록 좋다. 그러나 소규모 텃밭농사에서 토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토질이 나빠도 33㎡(10평) 정도 규모의 텃밭은 퇴비와 부엽토로 얼마든지 옥토로 바꿀 수 있다. 거리와 햇빛, 물이 우선이고 토질은 가장 나중에 고려해도 된다.
▷텃밭을 살까?
텃밭 농부가 일부러 토지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주변에 알아보면 33㎡ 정도 텃밭을 구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농협이나 자치단체에서 빌려주는 땅도 있고,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알아보아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텃밭농사를 짓겠다는 욕심에 땅부터 덜컥 구입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당장은 의욕이 넘치지만 내가 텃밭농사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농사를 지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땅이 없어 텃밭농사를 못 짓는 사람보다 땅을 덜컥 사놓고 후회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을까
▷다품종 소량생산
도시농부의 텃밭농사는 자가 소비와 이웃 나눔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작물을 조금씩 재배하는 것이 좋다. 상추 씨앗 한 봉지를 샀다고 그 씨앗을 다 뿌리면 여러 가지 작물을 심을 수 없어 텃밭 이용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쏟아져 나오는 상추를 다 먹지도 못한다. 4, 5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상추, 시금치, 총각무, 근대, 쑥갓, 양배추, 대파, 쪽파, 당근 등은 50㎠ 정도면 충분하다. 가지, 고추, 들깨, 오이, 쥬키니 호박 등은 2, 3포기 정도, 방울토마토는 5, 6포기 정도, 옥수수 역시 10포기 이내가 적당하다.
▷쉬운 작물부터 재배
텃밭에 수박, 참외, 멜론, 곰취 등 비싸지만 기르기 어려운 작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텃밭농부들에게는 재배하기 쉽고 재배기간이 짧은 작물이 적합하다. 마늘과 양파처럼 해를 넘기는 작물을 심을 때는 다음 해 텃밭 이용 가능 여부를 미리 살펴봐야 한다.
-비교적 재배가 쉬운 작물: 상추, 근대, 시금치, 열무, 총각무, 가지, 엇갈이배추, 쑥갓, 고구마, 감자, 옥수수, 야콘 등
-난이도가 보통인 작물: 김장 배추, 김장 무, 방울토마토, 애호박, 토란, 늙은 호박, 여주, 봄무, 봄배추, 브로콜리, 피망, 파프리카, 당근, 생강, 콩류 등
-재배하기 어려운 작물: 일반 토마토, 고추, 오이, 참외, 수박, 멜론 등
◆텃밭농부의 흔한 실수
▷모종을 너무 일찍 심는다
텃밭농부들은 의욕이 넘치는 만큼 실수도 잦다. 가장 흔한 실수가 아직 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지지 않았는데 일찍 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 냉해를 입는 경우다. 4월 초만 되면 각종 채소 모종이 시중에 나오고, 텃밭농부들은 설레는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이를 구입해 심는다. 그러나 4월에 늦서리가 내리는 경우도 있고 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 모종이 냉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4월에 모종을 옮겨 심어도 아직 지온이 충분히 따뜻해지지 않아 뿌리가 활착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모종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구입해 심는 것이 좋다.
▷쓸데없는 물건 구입
초보농부들은 꼭 필요한 준비물 외에 목초액, 최고급 어박 비료 등 텃밭에 좋다고 알려진 값비싼 천연 비료나 천연 농약 등을 지나치게 많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적당히 해도 된다. 질 좋은 천연비료나 값비싼 천연 농약을 듬뿍 뿌려주기보다 자주 텃밭에 들러 작물을 살펴보고, 작물의 요구에 맞게 주변 풀을 뽑고, 물을 충분히 주고, 김매기를 자주 해주고, 병든 잎이나 포기를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싼 영양제를 따로 줄 필요도 없다. 집에서 만든 퇴비나 저렴한 값의 퇴비에도 웬만한 영양분은 다 들어 있다.
◆텃밭농부가 꼭 갖춰야 할 준비물
챙 넓은 모자, 장갑, 고무장화, 소매 긴 옷, 수건, 물통, 호미, 물 조리개, 쇠스랑, 과도, 이 모든 것을 한곳에 담을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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