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유배 생활 중 두 아들에게 글을 남겼다.
"너희들에게 논밭을 남겨줄 만한 벼슬을 못 했으니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적을 주겠다.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다산은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뜻하는 '근검'의 두 글자가 논밭이나 기름진 토지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 회사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사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60%가 '집'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척박하다. 월급쟁이들은 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10년 이상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안정된 직장과 내 집 마련으로 중산층 편입을 꿈꾸는 20, 30대에게 다산의 '근검' 전략이 유효할지 의문이 든다.
부분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구성의 오류'라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절약의 역설'을 들 수 있다.
'절약의 역설'은 개인의 입장에서 절약해 저축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하게 되면 소비가 줄고 총생산량이 감소하여 사회 전체의 부가 증대하지 못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누가 소비를 해야 된다는 말인가. 저성장 기조와 고용시장의 불안정 등으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만약, 1조원 자산의 부자가 총 100가구인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면 그 아파트는 순식간에 평균 자산가치가 100억원대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된다. 그러나 100억대의 자산가는 아무도 없다. 1명의 1조 자산가와 그에 못 미치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래서 경제지표가 우수하더라도 양극화가 심하면 통계는 왜곡된 것이 되고, 그 통계는 경제정책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한다.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에 열 끼를 먹지는 못한다. 결국 고용 안정을 통해 실질적인 소비 주도층인 중산층이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한다. 결국 세금의 원천도,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기업이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를 부르짖던 미국, 영국 등의 경제 강국들이 통상정책을 강화하는 보호무역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내수경제마저 죽는다면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
현대인을 '호모 콘수무스'(소비하는 인간)라 부를 만큼 우리는 매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는 욕망과 쾌락, 사치와 방탕이라는 도덕적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컨슈머(Consumer)의 시대'를 지나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 이전부터 참여해 자금을 지원하고 제품 생산에 관여하는 '프리슈머(Presumer)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다산 정약용이 남긴 '근검'만으로는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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